▲  리위 약력: 중국 흑룡강성 목단강 출생. 중국 연변대학교 조선언어문학 석사 졸업. 한국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한국어(문학)교육 박사과정 수료.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 논문 다수 발표. <시향만리 문학상> 신인상 수상. '종소리 문학사' 32기 회원.

[서울=동북아신문]완연한 봄날에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산행에서 향유할 수 있는 즐거움은 숲 속에 펼쳐진 자연을 감상하는 것이다. 등산객의 마음을 열어주고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곳곳의 나무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연초록과 꽃들 그리고 야생화들이다. 흐드러지게 핀 각양각색의 꽃들과 야생화들이 봄을 한결 아름답게 물들인다. 그것의 다양함이 ‘자연스럽게’ 잘 조화를 이루고, 사람들은 서로 다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편하게 받아들이며 마음에 담아간다.

 

다양성이 잘 조화되는 이런 자연과는 달리 인간 사회에서는 다양성이 서로 맞서고 엉겨 부조화를 이루어 불협화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다양한 민족 · 종교 · 문화 등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또 다른 불확실성을 초래하고 있다. 한국 사회 역시 이 같은 다양성의 갈등에 봉착하고 있다.

 

왜 봄 산의 다양함은 사람에게 아름다움을 안겨 주지만 인간 사회의 다양성은 갈등을 불러일으킬까? 인간은 자연의 다양성은 그대로 수용하지만, 상대가 다름에 따라 자신의 이익, 감정, 생각을 강요하거나 강자가 약자를 억압하고 차별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국은 전 세계 인구의 0.7%에 불과하지만 뛰어난 잠재력과 기술력으로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고령화와 인구의 감소 문제, 계층 간의 갈등으로 사회 구조적 진통을 겪고 있다. 또한 시시각각 세계의 정치적, 경제적 변혁이나 수시로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회의 민족 구성원에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교에서도 이러한 변화와 민족의 다양성을 쉽게 느낄 수 있다. 캠퍼스에서 들리는 언어는 한국어 뿐만 아니라 중국어와 영어 그리고 베트남어가 주를 이룬다. 이는 글로벌화로 각국의 유학생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 국제 교류가 활성화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외연을 넓혀 본다면 한국이 직면하는 ‘다문화 현상’으로 귀결시킬 수 있다. 국가, 인종, 민족의 경계가 날이 갈수록 무너져 서로 다른 문화권 사람들 간의 접촉과 교류는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해지고 있다. 유학생을 포함한 외국인 이주민 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면, 한국 사회는 급속히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한국은 OECD국가 중 이주민의 숫자가 가장 빠르게 증가하는 국가로 꼽힌다. 결혼이민, 이주노동 등으로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이 가속화됨으로써, 한국의 단일민족주의라는 ‘순혈주의’가 무너지고, 새로운 사회질서가 재편성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 사회가 새롭게 유입되는 이주민들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이주민의 문화적 배경이 다양해진 만큼 그들의 다양성을 단시일 안에 수용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오랜 시일 동안 단일민족을 강조해온 한국 사회가 다인종,  다민족, 다문화에 대한 개방과 포용의 태도로 쉽게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 문화의 다양성 안에서 일차적으로 고통받는 것은 소수자의 몫이기 때문에 다수자에게는 시급한 문제가 아니었다.

 

단일민족주의에 기반하여 자문화 중심주의에 있던 한국 사회는, 1980년대 후반부터 3D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 초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운동 같은 정책으로 정부가 국제결혼을 권장하면서 결혼 이주 여성이 급속도로 늘어났다. 특히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고국으로 돌아오는 재외동포의 숫자도 상당히 증가했으며, 한류의 영향으로 외국인 유학생 숫자도 2018년을 기준으로 14만 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시리아 내전과 IS의 확장 같은 국제 정세와 맞물려, 무비자로 제주도에 입국하는 난민 수도 배로 뛰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근대화 과정을 겪으면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어낸 한국 사회는 자문화 중심주의가 곧 경제 중심주의라는 인식이 강하여, 모든 사회적 문제를 경제로 환원시켜 이해하려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 물론 분단국가가 지닌 이데올로기적 선입견, 국적의 차이에서 오는 문화적 이질감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경제주의적 가치관은 무의식적으로 외국인, 이주민, 재외동포에 대하여 ‘차가운 시선’과 ‘편견’을 형성하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다문화’ 범주에 포함되는 외국인들은 실질적으로 노동자 혹은 결혼이주민 뿐만 아니라, 지식인, 상인, 분야별 전문가 등 여러 계층이 있다. 그리고 ‘재외동포’도 노동자 뿐만 아니라 여러 계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으로 ‘낙후하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소수자’로 분류하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다문화 사회의 피해자는 경제력과 정치력을 지닌 다수가 아니라, 이것으로부터 소외 당한 소수자이다.

 

그러나 이어령 선생은 한국인이 이러한 다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저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비빔밥의 융합’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는데, “고립식이 아니라 관계와 융합을 통한 혼합식의 김치 문화를 극단화 하면 비빔밥이 된다. 비빔밥은 말 그대로 여러 음식을 한데 섞어서 비벼 먹는 음식이다. 이는 독립된 개별 음식 맛을 즐기는 서양 것과 가장 대조를 이룬다”고 했다. 그는 한민족이 이어온 음식문화에서 보여주 듯이 한국은 세계와 어울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포용력 있는 문화적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그러므로 한국인의 심적 기저에 있는 ‘비빔밥의 융합’과 같은 소통의 잠재력을 가동해 구체적인 실천을 모색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뱅크스(Banks)는 다문화 교육은 소수자를 위한 교육이나 복지 프로그램 이상을 의미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한국 사회가 지금까지 사회의 재생산을 위해 이주민의 주류사회 동화와 ‘사회화’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가르침과 배움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공감 능력 배양 및 사회변화를 추구하는 ‘쌍방향적 다문화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면 다수자 중심의 고정관념에서 한걸음 벗어나 소수자와 다양성을 존중하며 포용하는 사회 환경을 이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주민을 다수자 사회에 일방적으로 동화시킬 것이 아니라 소수자의 정체성과 문화를 인정하면서 공존해 나가는 배려의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다문화 사회와 관련된 연구에서 전자는 ‘용광로’에, 후자는 ‘샐러드 볼 또는 인종적 모자이크’로 설명된다. 이러한 다문화 교육의 지향이 현실 사회 속에서 충분한 의미와 가치를 가지려면 비유적 표현보다 사회적 노력이 집중된 구체적인 실천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한국 사회의 교육이 소수자에 대한 사회통합 교육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다수자에 대한 인식 개선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소수자’만을 위한 시혜적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은 자칫 그들을 ‘타인화’ 시키는 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 그러므로 현대 사회처럼 급변하는 복합적인 환경에서는 상호 이해를 기반으로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종류의 문화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해소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수자를 배려하는 보다 개방적이고 진보적인 가치관이 한국 사회에 더 필요하다.

 

이러한 진보적 교육을 시행하는 사례가 있다. S대학교와 G구청에서 2016년부터 꾸준히 추진해온 ‘찾아가는 세계문화 이해 교육’이라는 다문화 인식개선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다문화 수용성과 국제 경쟁력 제고, 그리고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추진한 이 사업은 다수자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S대학교 외국인 유학생들이 G구청의 학교 및 주민들을 찾아가서 한국어로 진행하는 세계의 문화와 삶을 이해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다.

 

아동, 청소년 등을 시작으로 지역사회 주민까지 다양한 국가의 문화 등에 대한 편견을 줄이고 다양한 인종, 문화와 함께하는 사회문화 조성 및 글로벌 마인드를 함양 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원어민과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한국어 능력을 갖춘 강사(2018년에는 22개국의 외국인 유학생 50명을 선발)들은 G구청의 초· 중 · 고등학교 학생(5776명, 21개 학교, 228학급, 265강) 및 일반인(207명, 1개소, 10강)에게 학교와 문화센터에서 자국 문화를 소개하는 강의를 통해 다문화가 공존하는 사회 현상을 자각시키고, 공존의 중요성을 인지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나라의 역사, 문화, 사회에 대한 소개 외에도 다양한 국가의 전통 음식, 의상, 놀이 등 문화 체험을 통해 상호 이해력을 높이는 데에 중점을 두었다. 이러한 교육은 긍정적인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처럼 다문화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위와 같은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한국 사회가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여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수자에게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한 가치와 필요성을 일깨워주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이 보편화 되어도 일정한 한계도 함께 지니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 다문화 교육과 함께 ‘재외동포 이해 교육’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만이 진정한 사회통합을 이뤄갈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이 좀 더 내실 있고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소수자의 노력도 필수 불가결하다. 더 나아가 신문과 잡지 뿐만 아니라 인터넷과 SNS(블로그,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매체를 활용해 교육의 의미와 방향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여론을 형성하는 작업도 중요하다.

 

현재까지 이러한 프로그램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의 시작을 통해 다문화 사회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전환되고, 정책이 지속해서 진행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이것은 바로 한국 사회가 맞이한 글로벌화 시대를 발전시켜 나가는 튼튼한 바탕이 될 것이다. 또한, 남북이 다름을 인정하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공통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통일 한국을 준비하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대림칼럼은 동북아신문과 흑룡강신문의 공동주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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