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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특집]이명철/홍연숙/백운/이다연의 근작 詩

기사승인 2018.02.09  22: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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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철 프로필: 길림성 서란시 출생. 재한동포문인협회 운영위원회 부회장. 1990~1992년 북경무장경찰, 2002~2007년 대련 외국어강사,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단편소설 '1987년 귀향길(처녀작)', '눈은 올해도 내린다'. '사랑꽃 한 묶음', '신병련 에피소드' 등 발표
[이명철 시] 애환 5

 
하늘에 심어놓은 열매가
땅에서 뿌리를 내려
아픔 하나 간직하기 까지
시간은 바람에 감동이다
 
자유분방 선글라스 속에서
상처받은 절벽을 고집하고
뼈를 깎아 허울을 벗길 때
바퀴는 삐걱 소리를 낸다
 
치유의 시간이 다가와
아픔으로 아픈 맘과 속삭이면
돌아오는 새벽이 슬프다
 
조금만, 그래 조금만 지나면
기억도 없이 사라질 것이
마냥 만물에 애착을 하여
거울이 쓰겁게 웃는다
 
 
표적
 
저격수는 노숙자를 겨냥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총에 맞아죽는 건 행복한 일이다
 
컵 하나가 정의로 채워지기까지
삶의 게임은 비열한 냄새를 풍긴다
 
육체의 파산이 슬픔으로 떠난다 하여도
따가운 피는 울먹임으로 약한 잡초를 키운다
 
눈물이 없어 울지 못하는 이 세상 여기저기에서
또 다시 총소리가 울린다
 
 
피리 그리고 나
 
똑 닮아 여덟구멍으로 소리를 낸다
짧은 소풍의 비장함이
갸냘픈 음악으로 울려퍼질 때
괴로움은 잠시 자신을 잃는다
 
마디마디 아픔이
잊혀진 계절로 푸른 입사귀 그리다나면
튕겨나간 화음이 되돌아와
생기잃은 눈시울을 자극한다
 
얼마만큼 지나야 너 돌아서던 모습을 잊을까
또다시 봄은 돌아오고
꽃은 피고지고
 
녹슬은 몸짓에서 사라져가는 이야기들
너는 너대로 여전한데
 
 
세상살이
 
나이가 들면
나와 내가 한몸에서 따로따로 산다
 
충동의 패기가 저물어 가는 노을빛에 소주 한잔으로
비틀거렸던 추억을 거닐지
 
허위와 위선이 아닌
두꺼운 옷 한가득 짊어지고
조심스레 발길 옮겨가다보니
평탄대로가 앞에 펼쳐지네
 
 
신의 흔적
 
 
우울할 때면 걸어다니던 발자국들을 가져와 빨았다
 
새끼 고사리만 하던 발자국이
어느듯
내 힘에 버거울 정도로 커져 있었고
그 큰 발자국들은 무엇을 밟고 다녔던지 잘 빨리지 않았다
 
추위에 아랑곳없이 뜨는 해가 나를 다독여주지만
숨쉬고 있는 자체가 부담이다
 
상처받고도 애써 웃어주려 했던 얼굴들
비속에서 건내주던 우산 하나
 
보잘 것 없는 발자국에 큰 그릇을 담으니 아프다
잘 씻기지 않는다
 
못질
 
살다보니 언제부터인가
내 두 주먹에 못 한웅큼 쥐어져
버리기 아까워서 망치를
휘두른다
니 가슴에
내 마음에
 
 
 
   
▲ 홍연숙 약력: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 다수 발표. 현재 울산 거주
 [
홍연숙 시] 우리가 찢어발긴 그녀는


그녀는 참하고 일도 열심히 했어
다리를 살짝살짝 절었지만
일에는 몸을 아끼지 않았어
고개를 숙이고 스물여덟이라고 했어

어느 날 한 무리의 남녀가
뗴거리로 몰려와 울부짖었어
자기들 피돈을 내놓으라고
그녀를 윽박질렀어

그녀는
스물여덟이라고 할 때처럼
고개를 숙이고
홑옷바람으로 겨울에 내쳐졌어

아무도 손을 잡아주지 않았고
아무도 동정 한번 주지 않았고
오히려 침을 뱉었고
날카로운 말로 오리오리 찢었어

그녀는 떠나갔어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어
유부남이고 백수에 건달이고
또 난봉군이라고들 수군거렸어

그녀는 예뻤어
스물여덟의 등골에서 피여난
흔하디 흔한 사랑으로도 예뼜어
가을비에 젖어버린 저 슬픈 백합만치나

2018.1.16
 
 
 
   
▲ 백운약력: 중국인민해방군 군의출신,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시 다수 발표. 현재 한화손해보험 목천지점 팀장
[백운 시] 사이와 사이
 
 
우리는 멀리 떨어져 있다
서울에서, 또 바다 건너 그곳에서
서로간 카톡으로 문안했다
멀지 않지만 바쁘다고
서로 사이가 멀다고 생각했다
 
어느날, 그가 아프다는 소식 들었다
왜서인지, 눈물이
마음의 강에서 흘렀다
멀고 가까운 사이와 사이에
언제부터 우리가 끼여 있었던가!?
 
세월은 그렇게 흐르고 있다
 
백운약력: 중국인민해방군 군의출신,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시 다수 발표. 현재 한화손해보험 목천지점 팀장
 

 [이다연 시] 길 

 
오늘도 토닥토닥
어둠이 가시기 전 동트기 앞서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
부랴부랴 짐 싸고
가방 하나 책 한가득
그리고 가족을 위한 선물
모자 목도리 마스크 하고
한겨울 날 밝기 전 추위에
다정한 당부 또 한가득
터벅터벅 공항버스 타러 가는 뒷모습
고향 다녀가는 그 모습
보이지 않는 어깨의
산더미같은 짐
아버지라는 짐
묵묵히 걷고 또 걷는
아버지의 머나 먼 그 길…….
 
이다연 약력: 한국 중앙대학교 석사졸업, 현재 한국체류중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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