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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송미자]송미자의 시 '아픔의 노래' 외9수

기사승인 2019.06.04  16:4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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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미자 시인 : 연변시낭송가협회 회장, 시인, 국내외문학상 다수 수상. 사진은 2014년 서울시립어린이도서관 본관 3층에서 (사)SAK색동어머니회의 주최로 제39회 ‘2014 대한민국 어머니동화구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였을 때 남긴 사진이다.

1.

아픔의 노래

    송미자


탈태환골의 아픔으로
새로운 세계가 열립니다

찬란한 봄볕이 은침(恩針)되어
대지의 경락을 찌르면
저려오는 해토의 신음속에
비취색 아픔들이 수정됩니다
눈물(雪水)이 돌돌돌
뼈저린 차거움이 가시면서
양지의 은침자리에서 태어난
눈물겨운 아픔들은
초록빛 계절을 낳습니다

그 계절위에 태어난
아픔의 어여쁜 왕자-
애벌레는 초록빛 계절을
갉아먹고 살찌면서
오령의 아픔을 넘어
갑속에 들어
기인 꿈을 앓습니다
꿈을 앓은 후의 화려한 변신
꽃 날개 펴면
자유의 환희가
하늘을 장식합니다

그 찬란한 아픔
분만(分娩)의 아픔을 초월한
다시 태여나는 아픔
부활로 준비된 아픔을
나는 기꺼이 앓겠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황홀한 아픔을

 

2.

이식(移植)

 

죽음을 동반한
모살이 노정ㅡ
여린 목숨 처량하다

질식을 거듭 하더니
기절하고 쓰러지는 몸체
실날 같은 여력을 짚고
간신이 두 손 뻗쳐
해살 부여잡고
땅의 기운 추기며
하늘 우러러 기도한다

   ㅡ살아야만 하는 몸
     기를 주옵소서
죽을수 없는 운명
죽지 못하는 시간
죽음보다 깊은 골짜기
혼신을 가다듬어
일어나는 투지 눈물겹다

더 큰 열매를 맺고 저
옮겨 심어져야 하는 운명

다른 세상에서
다른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는
생명의 울림이여

 

3.

단풍련가


빨간 단풍잎이
떨어지는 플랫홈에 선
그 사람 가슴속
피멍 같은 빨간 하트
내 속을 물들인다

눈물이 맺힌다

이 밤
먼 길을 바래주고
끝까지 지켜봐 주는
그 사람은
감동이 아니다
슬픔이다, 아픔이다

--눈물은 왜 흘려
눈물도 살점이니 아껴라

차창밖의 애수가 청각을 흔든다
그래 눈물이 살점이라는 것을
아니 살점보다 더 소중하다는 것을 
나는 왜 몰랐을가

--얼굴 한번 더 보고 싶어요

차창안의 애절함이 각막을 닦는다
찰칵 켜 올린 라이타불에
마지막 담배 한 대
마저 붙인 그 사람
타 들어가는 담뱃불
재가 쌓이는 가슴

마지막 담배 타는 사이
미풍에도 참지 못하고
내리 꼰 지는 단풍잎들
아, 애정의 극치는
최후의 열광마저
뿌리치는 라목이구나

뿡-
기차는 기적을 울리고 떠나는데
다시 뛰여 내리고 싶어라
빨간 단풍잎이
떨어지는 플랫홈에

 

 4.

서울지하철


그녀는 뛰여간다 긴 시간의 질주속에
빨리빨리라는 지령은 무색하다.
빨려 들어가는 삶의 블랙홀

밀물처럼 밀려나오는 사람들과
썰물같이 감겨들어가는 사람들
칼치의 몸뚱아리 같은 패턴 만들며
시간이라는 바다속을 헤염친다
기인 행열의 꼬리를 휘저으며

먹을 알 없는 칼치의 가늘어진 꼬리가 칼에 잘리우듯이
스크린도어가 긴 행열의 가늘어진 꼬리를 썩뚝 자른다
치렬한 분초를 망각한자에 내리는 엄벌

칼에 잘려진 갈치의 꼬리가 쓰러기통에 버려지듯이
막끝 꼬리 되여 짤리운 그녀는 헐떡인채 폴싹 주저앉는다
그녀에게 사분이라는 시간이 어느만큼 긴지는 아무도 모른다
멀어져 가는 전철의 경적소리가 그녀의 이마를 찢는다
주름살이 한 줄 더 패인 그녀의 사분은 사년인 것을
누구도 모른다 그녀 자신조차도
후ㅡ유ㅡ
그 이름


이 가슴에
깊이 새겨진
그 이름

이 뼈가 삭아 내리면 지워질까
이 영혼이 희석되면 사라질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한해 두해도 아니고
십년 이십년도 아니다

영원을 기약할제
지심을 도려내며
뿌리처럼 박힌
그 이름 

깎이고 패인 할아버지의 전설과
찔리고 뚫린 아버지의 옛말과
뽑히고 휘날린 나의 이야기

아프고 아픈
시간들로 각인된
그 이름

아픈 만큼 상처도 깊고
깊은 만큼 메울 수 없어
건널 수조차 없는가
망각의 강보다 깊고 깊은
그 이름 
잊을수도 잊혀지지도 않는
그 이름 
오직 영혼이 울어
노래로 퍼지는
그 이름 

오늘도
내일도
내가 아닌 또 다른 내가
북경에서 서울에서 도꾜에서 뉴욕에서
그 이름
불러본다
잠결에 부르고
꿈결에 찾아가는
그 이름 

아, 고향아-

 

5.
부 부

 

내 가슴에
대못을 박아
당신의 운명에
나를 고정시켜놓은 여보여

당신의 피를
강한 접착제로 응고시켜
나의 영혼에 여보를
단단히 붙여놓은 나여

전생에 부절(符节)된 반쪽과 반쪽이
다시 하나로 되는 것은
그리움과 기다림으로
걸쭉한 골수가 찐득거리는
그 원한을 갚는 일
얽히고설키다 못해 반죽되어
당신이 내가 되고
내가 당신이 되어
한껏 사랑하는 일

힘겨워 뿌리치려 해도
정의 밧줄에 묶인 몸은
뿌리 깊은 나뭇가지가
바람에 몸부림치는 것일 뿐
도망간다 해도
보이지 않는 고삐에 끌려
되돌아 올수밖에 없는 것은
하나로 되지 못한 몸이 한스러워
한껏 사랑하리

아하! 분명 래세가 있다면
차라리
그리움과 기다림과 바랄것 없는
어지자지 달팽이로 되게 하소서

 

6.
려행자 1

 

일찍 갔다가
일찍 돌아오자
맨날 오가는 차비 바쁜 몸

갈곳도 거기뿐
다시 돌아올 곳도 여기뿐
시계추처럼 오락가락하는 일이 예사로와
인제는 멀미도 치유된지 오래다

인간이라는 이름으로 흔들리는 령혼
안식처가 어디메냐
잠깐 머물은 자리 정리하고 떠나고
또 정리하고 또 떠나야 하는

나의 긴 여행은
허구한 날같이 맨날 시작이다
그 시작의 끝에는 푸념이 달려있다
돌아온다는 외마디소리-똑딱

쾌종시계 태엽이 다 풀릴때까지
시계추는 멈추지 않는다고
땡-땡- 시간이 선언한다

어서 떠나자
일찍 갔다가
일찍 돌아오자

떠나는 곳도 거기뿐
돌아올 곳도 여기뿐

 

7. 

려행자 2

 

주섬주섬 미련 한 무더기
허름한 정(情)보자기에 싸서
구석진 곳에 모아놓고
그 무슨 아쉬움인 듯
문 꼬리 잡고 뒤돌아보니
못난 것들 머리 내민 것이 없구나

그 누구에게 보이기 싫은
욕심낼 이 없어 버려도 좋을
구질구질한 누더기 같은
미련, 미련, 미련 한 무더기
낯선 구석을 지키는 내 아둔한 정아

발이 대인 곳 몸이 주춤했던 곳
습관된 여행에 끌려 다니는 트렁크엔
정 없는 가벼운 새 웃음들만 싣고
무겁다고 낡았다고 데리고 가지 못하는
숨죽여 흐느끼는 미련 한 무더기를
뒤 돌아보는 것은 나 홀로의 집착임을  

누구의 기억에는 흔적조차 없을
나의 습관된 기인 여행은
허구한 날같이 맨날 허거프다

 

8.

아날로그 人과 디지털 人

 

정 많은 아날로그 인(人) 어머니는
손 저어 바래시면서
다시 돌아오라고
눈 굽을 찍으셨다
돌아 돌아오라는
간곡한 부탁

눈물 같은 소리를 전하는
전화별소리 따르릉 울린지 오래다
기억 저켠으로 멀어져가는
3413772과 3414009
번호 없다는 메시지를
날 때부터 가슴 없는
디지털이 메마른 소리로 전한다

냉정한 디지털 인(人 )나는
아날로그의 눈물을 밟고 
뜬 구름 잡으러 떠나
돌아오는 곳 잃고
돌아올 길조차 잃었다 

사랑이 타버린 열사(熱沙)의 땅에 
정 모르는 로봇이 활개친다
눈물 아닌 땀조차 없는
디지털의 수열(數列)로 광분하는
가슴대신 머리 큰 디지털 인(人)

아날로그인의 기다림은
지심에서 이글거리고
디지털의 탈출은
우주에서 얼어든다 

 

9.

부산아구찜 아줌마찜

 

아구찜 맛이 유별나다
아줌마찜과 어울린 맛이니깐
소문난 신사동 부산 아구찜 먹으러 온 손님들은
소문과 같은 아구찜 맛에 거나하게 취한다
허널널 돌아가기 싫다가 다시 찾는다

맛으로 소문난 아구찜은
사실 사람 찜 인 것을 아는 사람 있을까
한 평도 안 되는 주방에 찜 하는 다섯 아줌마
아니, 찜 당하는 다섯 아줌마
큰 솥에 삶기는 콩나물
큰 냄비에 삶기는 아구
차디찬 물에 잠기어
뜨거운 불에 들어
소금 고춧가루와 조미료에 볶이는 찜
허리 구부릴 수조차 없는 주방에
다섯 아줌마 선채로
물에 볶이운다
불에 볶이운다
땀에 볶이운다
양념에 볶이운다
아구는 순간 볶이어 나가고
아줌마는 열두시간 볶이운다
아구보다 더 처량하게 볶이운다
그렇게 볶인 맛이 별맛이라
사시장철 손님 끈는 날 없다

볶이운 아구찜은
얼큰한 맛으로 손님을 유혹하고
볶이운 아줌마찜은
쌓이는 돈으로 행복을 낚는다

 

10.

등 돌리고 가는 사람아

 

내가 미워서
등 돌리고 가는 사람아
뒤 돌아 보지 않고
총총히 가는 사람아
부디 잊어다오
흔적 없이 지워다오

가다 가다가
또 다른 나를 만나면
그때엔 등 돌리고 가지 마오
다시 등 돌리면 내가 마주서 있소
잊으려 애썼던 내가
미워서 지우려고 했던 내가
원쑤 같은 내가
기다리고 서 있소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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