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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작가포럼72/ ‘문학작품’ 특집] 秋星 장동석의 詩 <구로동 산 0번지> 외 11수

기사승인 2019.04.18  11: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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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추성 장동석 시인은 구로의 시인이라고 부른다. 그 이유는 그의 詩나 글 중에는 구로동에 관한 詩가 꽤 많기 때문이다. 그 당시 구로구청에 근무하면서 2003년 월간 ‘한국시’에서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장 시인은 <구로동 수채화>를 상재하는 등 일찍이 문학적 재주를 詩로 풀어내어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쳤다. 

특히 그의 작품은 구청직원으로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관내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바를 표현하였으며, 낙후된 현장의 모습 그대로 생동감과 구로의 애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유명한 시인이다.

사실 7, 80년대를 반추하건대, 구로동 산동네 사람들에게 GOP가 세게 몇 위이고 OECD 가입이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그 당시 산업화와 경제발전이 가속화 될수록 혜택은 커녕 오히려 오순도순 살던 오막살이집마저도 내놓고 다시 밀려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구민들을 더 괴롭힐 뿐이었다.

그야말로 끝없는 인간의 욕망만을 채우는데 신경을 쓰는 현대사회- 그 욕망마저도 상품화의 대상이 되어 발전마저도 저해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모든 것은 쓰레기처럼 내동댕이쳐지는 물질문명화의 시대를 살아가는 산동네 사람들의 모습이 힘겹게만 느껴졌던 것이다.  하지만, 장 시인은 구민의 일상을 보살펴야하는 공무원 입장에서 그 속에서 진주처럼 빛나는 ‘사랑’의 모습을 찾아내고 있었다. 비록 당장은 힘들지만, 인간적인 따스한 정과 사랑이 통하는 <구로동 산 0번지>를 함께 만들어가는 그런 꿈을 꾸고 있었던 것이다.

전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 시인에게 있어서 구로동은 34년이란 기나긴 세월을 그곳에 공무원으로서 직장을 둔 연유도 있겠지만, 오랫동안 오고가며 ‘제2의 고향’같아서 느낀 향수나 감상을 詩나 글로 써온 것들이 대부분이다.

2002년에 한 권의 시집으로 엮어낸 <구로동 수채화>를 비롯해 오랫동안 가슴깊이 갈망해 오던 구로동을 비롯 가리봉동 등 동네 유래와 지명에 얽힌 사연들을 모아 <구로연가>란 연작시 10편을 써서 <길에서 만난 구로이야기>란 사화집에 발표하여 상재한 바도 있다...<편집자>

   
▲ 장동석 詩人 약력 : 월간「한국시」시부문 및「좋은문학」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등단. 올해의 좋은문학 작가상, 세계시문학상 대상, 구로구민상 문화예술부문, 한국예총 공로상 등 수상. 모범공무원 국무총리 포상 및 대한민국 녹조근정훈장 수훈. 現 (사)한국문인협회 서울지회 이사, 現 (사)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구로구지회장, 現 (사)한국문인협회 구로지부회장. 시 집「그대영상이 보이는 창에」「구로동 수채화」 「그리움이라고는 더욱 말할 수 없다」 「빈 공간을 채우는 영혼」 「외로움으로 사는 게 사람이다」 「가장 아름다운 퇴장」, 수필집「태양이 있는 밤에」外 多數

        차례

       1. 구로동 연가
       2. 구로동 산 0번지
       3. 구로동 수채화
       4. 구로동 추억
      5. 구로대장장이
      6. 인력시장
      7. 구로동 옛 다방
      8. 구로동 멧새들
      9. 도시의 가로수
     10. 구로민의 행진
     11. 구로인의 예찬
     12. 매봉산 해맞이

 

구로동 연가


개웅산 자락 아래
해 맑은 안양천이 흐르고
남향받이 새 동네
따스한 양지 뜸 마을이라

상나무 재 백발노인
신천이 발동하여
지팡이 진 아홉 선비가
오랫동안 장수하였다고 해서
구로(九老)라 이름 지었느니

신선들이 모여 사는
그 옛날 구루지 마을
오늘도 그제처럼 선비의 혼이 담긴
느티나무 우뚝 서 있고

나뭇잎 한들한들
물 깊은 웃 우물 약수터
술 한 잔에 머물다가던 주막거리에
오고가는 끈끈한 정
인정의 샘은 넘치는데

천년을 산다는
학(鶴)은 보이지 않고
뜬 구름만 오락가락
맴돌다 가는 구나

*구로(九老)은 옛날 이곳에서 아홉명의 노인과 선비가 오래오래 장
수하며 살았다는 전설에서 유래된 지명임.

 

구로동 산 0번지     

                 

모두들 등진 모난 곳에 뿌리내리고
모진 비바람 속에서도
둥근 이마 맞대고 살았구나

아무도 돌보지 않는
버려진 슬픔들을
가슴으로 껴안아 둥글게 다스리던
구로동 사람들

그 어느 날 흔들림처럼
시퍼런 울분 마구 흔들리며 살았구나

뉴밀레니엄 시대니, 재개발이니
부르짖던
혼탁한 선거는 끝나고
찢어진 벽보 속으로 공약은 물거품이 되어 가는데
머물 곳 없는 바람
앙상한 가슴을 헤 집는다

저 어눌한 불빛아래
권력과 물질에 눈이 멀지 않은 이웃들
어쩌다 지나는 길손이
십년지기 같아 묵은 마음 속 빗장을 풀어놓고
둥근 인정 베풀며 살았구나

단 한 번의
사랑의 눈길조차 받아 본 일이 없는
아픈 설움만 먹고 사는 곳이지만
모두들 하나같이 옹기종기 모여
가슴어린 따스한 불을 지피는
구로동
산 0번지 사람들

   
구로동 거리공원에서 시비식을 개최하며

구로동 수채화

 

오늘도 구공탄집 용이 아재가 좁다란 골목으로
리어카를 끌고 나간다
얼굴도 연탄도 온통 까맣지만
넓은 가슴 한 쪽은 하얗게 비워져 있다
우울한 생활의 변두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택시를 모는 철이 아배는 물웅덩이 속에서
흙물이 튄 차를 닦으며
찌푸린 날씨까지 닦아내는데
수더분하게 생긴 그의 아내도 덩달아 닦는다
질경이처럼 억센 사람끼리 모여
고난의 응어리 속에서
삶을 저당 잡힌 채
도시의 외로움마저 느낄 수 없이 살아간다
어젯밤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는 석이 아배는
밤 새워 술집에서 노름꾼들과 화투를 쳤는지
연신 하품만 내뱉고
일상의 평정을 잃어버린 채
갈대처럼 흔들리고 있다
길모퉁이 나리님 댁 굳게 닫쳐진 철문에는
주인을 닮은 개만 연신 짖어댈 뿐
외제 승용차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누워있고
오층 빌딩 아래 낮은 담장에는
동네 아이들이 써놓은 낙서가
그들이 싸갈긴 오줌발에 서글프게 지워져 있다

하지만, 마을 통장 댁 손에는
재건축이니 재개발이니 기사가 실린 반상회보가
앞 골목에도 뒷골목에도 돌려지고
이 동네도 따스한 봄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이제 구로동 산 번지에도
횃불을 밝히는 사람들이 모여 가슴에 심지를 돋우고
개혁의 불을 당긴다


구로동 추억

 

그 시절 날라리벌집 같이
다닥다닥 붙어있던 구로동 판잣집
이제 그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마을 공중변소에는
아이들이 담장에 싸갈긴 오줌발로
지린내 구석구석 배어있고
구로동 산동네 길 모퉁이
하얗게 타들어 간 십구공탄이
바람에 흩날리던 곳
찬바람 불어오는 겨울날
꽁꽁 얼어붙은 논배미에서
온종일 썰매를 타고
코 뭍은 종이접어 딱지치기 하던 아이들
하루해가 저물어 가면
옹기종기 붙어 있는 굴뚝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고
꽁보리밥 타는 내 구수하게 풍겨오던 곳
싸늘한 논두렁에
빈 썰매만 외롭게 남긴 채
집으로 뿔뿔이 흩어져 가던
나이보다 먼저 어른이 되어버린
그 시절의 아이들

지금도 잊어지지 않는
인정이 흘러넘치던 구로동 산동네
이제 그 모습은
영원한 추억 속에 남아있다

   
한복을 입은 이성구로구청장(오른쪽)과 함께

구로 대장장이

 - ‘클린구로’ 결의대회에 부쳐

 

우리는
꿈을 풀무질하는 구로 대장장이*
저 회색빛 구로 하늘에
다 닳고 쓸모없는 것들아
모두들 가라
우리네 이끼 낀 한을 갈(磨)아 보자

올 곧은 흰옷의 혼들아

그대들 날이 녹슬고 무딘 후부터
허욕의 씨를 낳고
긴 어둠의 수렁에서
피에 굶주린 상어 떼와
비리와 부정을 일삼는 수많은 좀 벌레에
피를 빨리며
양심의 눈이 멀 때마다
그 얼마나 부패로 얼룩졌든가

지금껏 이 시대의 과거는 그랬을지언정
이젠 마음을 닦는 수도자처럼
모든 비리와 욕망 뿌리치고
검소하고 깨끗하게
청백리(淸白吏) 피를 흘리며
시퍼렇게 칼날 세워볼 때
잠든 것 무딘 것들아
허울 좋은 무당벌레의 놀음에서 깨어나
오로지 진실하게
온갖 불신의 허물을 벗고
‘클린’ 깃발 휘날리며
독야청청 온 천지간에 새 살이 돋나니
사랑과 믿음으로 한데 뭉쳐
푸르른 낙원을 가꿔보자

올 곧은 흰옷의 넋들아

우리는
꿈을 풀무질하는 구로 대장장이
저 회색빛 구로 하늘에
녹슬고 무딘 혼의 날을 갈아
우리네 흰옷의 얼을 지켜다오
그대들 맑고 순수한 영혼의 피를 뿌려다오

*대장장이 : 옛날 대장간에서 풀무를 놓고 시우쇠를 다루어 연장의
 날을 가는 사람을 뜻하는 것임.

 

인력시장
 

구로동 남구로역 인력시장 부근엔
가로등이 깜박깜박 졸고
일자리가 없어 팔려가지 못한 백수들이
차가운 싸락눈으로 서성댄다

그나마 추위를 덜기 위해
몇 개 장작개비로 피워 놓은 모닥불에
사그라진 인생들이 빙 둘러서서
발만 동동 구를 뿐
그들의 마른 빈 호주머니엔
싸늘한 바람소리만 수런거리고

오늘도 허탕 친 그들은
남구로역 골목 선술집에 기어들어가
한 잔 두 잔 소줏잔을 기울이고
가슴에 품은 가족사진 한 장
빈 술잔에 어른거리면
홧김에 화투판 뛰어들어 푼돈을 날리지만

무거운 찜통지고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싶어도
이놈의 노가다 판엔 일자리는 없고
팔려가지 못한 인생 한숨소리만 가득하다

 

구로동 옛 다방

 

구로구청 건너편 낡은 건물에
십구공탄 난로를 피우며 차를 팔던
옛 다방이 있었다

어두침침한 불빛 아래서
겨울을 피워 내는 따스한 온기 하나로
그리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흘러간 옛 노랫가락이 좋았지

꽃무늬 사기그릇 찻잔에
추억의 프림 한 숟가락 넣으면
구수한 향기가 맴 돌고
애간장 태우는 마담의 미소가 넘쳐흐르는
따스한 잔에 녹아내리던 사랑

돌아보면 주름진 얼굴에
찬바람만 덧없이 할퀴고 간 세월뿐
넘치는 차 한 잔 마시고
다시 비워지는 빈 찻잔 속에 채워지는
흘러간 옛 추억의 여운들

구청 건너편 낡은 건물에
노란주전자가 뿜는 수증기 속에
따스한 인정이 넘치던 그 다방이 좋았다

 

   
 

구로동 멧새들

 

무상급식소 옆
수챗구멍에 밥찌꺼기가 고이면
그 주위를 맴돌다 내려앉는 구로동 멧새들
낙엽처럼 우수수 날아들고

어쩌다 고향을 떠났는지
땅바닥에 흩어진 먹이를 찾아다니며
하루를 쪼고 있는 그들
한 순간도 눈치를 팔지 않고
불안한 표정으로 세상을 두리번거린다

작은 바람의 기척에도 소스라치게 놀라
후드득 날아오르고
황량한 거리에서 떠돌고 있는
삶의 절규가 처절하구나

그들은 고향을 등지고
차가운 구로동 바닥에 흘러 들어와
왜 거리를 떠돌고 있는 집시가 되었는지
도시의 매연에 찌든 모습으로
어디에 둥지를 틀고 있는지

그 옛날의 인정이 그리워
어두운 침묵을 깬 이른 새벽부터
하루의 먹이를 찾아 날아든 구로동 멧새들
언제나 고달픈 날개 짓이다

 

도시 가로수

 

도시의 가로수에서
벙어리가 된 새 한 마리
세상이 두렵다는 듯
걱정스럽게 거리를 응시하고 있다

자동차 경적소리가 내뿜는
소음을 삼키고
옛 기억을 더듬으며 살아간다

햇살이 쨍쨍거리고
밤하늘의 별빛이 총총 떠 있던
그 옛날이 그리워서인지
맑고 푸른 파랑새를 동경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웃들이
개죽음을 당하는
이 세상이 무섭다고 소리치며
치를 떨 듯 푸드득 날개를 털어댄다

그렇지만,
가로수는 매연을 삼켜도
아무렇지 않게 철따라 계절 옷을 바꿔 입고
정겹게 노래하며 살아간다

 

九老民의 행진

 

안양천 맑은 물
오직 구로민의 숨결 되고
백목련* 향기
마을마다 웃음꽃 피어나는 곳

구로동 거리공원 느티나무*들은
희망을 상징하고
푸른 하늘 비둘기*들은
평화를 노래한다

저기
표표히 지팡이 짚고 서 있는
아홉 노인의
흰 도포자락에 배인 전설
오백년 흐름 속에
힘찬 맥박이 뛰고
찬란한 햇살에 겨워
용솟음치는 분수의 물줄기마다
소망의 물결들
그 뜻 그 함성으로
장엄한 개미들의 행진

오늘
구로민들은 힘찬 내일을 향해
꿈틀거린다

*구로구의 상징물로 꽃은 백목련이고 *나무는 느티나무이며,
*새는 비둘기로 되어 있다.

   
거리공원에 있는 장동석 시인 시비

九老人의 예찬

 

안양천 맑은 바람
산자락에 달려와 새움 보듬고
비둘기 떼 몰려들어 와 선
저 푸른 느티나무가지 끝에 둥지를 틀어
알을 품는다

오백년을 태고(太古)한
뜨거운 가슴 안고
외로운 사람들끼리 허름한 판잣집에 모여
등 토닥거리며 살아가는
어머니 품 같은
따뜻한 마음이 흐르는 동리

가난의 음각(陰刻)으로 새겨진
외로운 가슴마다
척박한 도시에 매달려 허리띠를 졸라매고
숨차게 살아가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웃음을 잃지 않는
희망이 넘치는 활기찬 마을

하얀 꽃이 더 흰 목련처럼
은빛 달빛 헹구어
무지한 가슴마다
소망의 등불을 받쳐 들고
흰 도포자락 아홉 노인*을 우러른다

*구로구는 장수를 누린 아홉 노인이 살았다는 전설에서 온 지명이라고 한다.

 

매봉산 해맞이

 

어두운 새벽녘에
설레임으로 오르는 산길마다
별들도 촉수를 크게 밝히고
빈 나뭇가지엔 형형색색의 소원이 걸려 있다

아직은
어둠의 품을 탈출 못한 숲
이따금 졸음기 섞인 눈동자를 비비고
발길에 채 이는 낙엽들이
외롭고 긴 기다림 끝에 내동댕이쳐졌다

산허리를 휘감아
붉은 태몽의 진통과 함께 열리는
환한 꽃길

세월을 잉태한 산모의 초조한 기다림 속에
바람은 낮게 숨을 죽이고
동동 구르는 발 사이로
인파의 눈동자가 한 곳에 집중된 채
하나~ 둘~ 셋~
오색풍선이 하늘 높이 날아갈 때
빛으로 이어지는 신비로운 생명체가
함성소리와 함께
저 천지간에 하늘 문이 처음으로 열리면서
맑고 경쾌한 새 빛 찬란한 세상
한해를 순산하고 있다

*매봉산 : 구로구에 위치한 대표적인 산(108m)으로 구는 해마다 이곳에서
         축시 낭송과 함께 소망풍선 날리기 등 다양한 해맞이행사를 하고 있음.

   
 

[詩人의 해설]

 

이 <구로동 연가>와 <구로동 산 0번지>등은 1987년에 쓴 詩로 2002년에 발간한 나의 세 번째 시집 <구로동 수채화>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내가 서울시 공무원으로 1984년도 구로구에 발령을 받아 34년간 구로구청에서만 재직하였는데, 그 당시만 해도 구로는 아주 낙후된 문화의 불모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구로라고 하면 ‘구로공단’을 떠 올린다. 이 ‘구로공단’이 1967년 4월 준공된 국내 최초의 산업단지로서 ‘공순이’ ‘공돌이’란 별칭과 함께 군청색 작업복과 ‘날라리 벌집’으로 상징되었다.
  “아무도 돌보지 않는/ 버려진 슬픔들을/ 가슴으로 껴안아 둥글게 다스리던/ 구로동 사람들...”

  사실 이 詩 구절처럼 현대사회, 즉 욕망마저도 상품화되던 불신의 시대를 살아가는 산동네 사람들의 모습이 힘차게 보이고, 산업화와 경제발전이 가속화 될수록 혜택은 커녕 오히려 오순도순 살아가던 오두막집마저도 빼앗기고 다시 밀려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들을 괴롭힐 뿐이었다.

  하지만, 발전은 여서부터 일어났다. 나는 그 속에서 진주처럼 빛나는 ‘사랑’의 일면을 보았던 것이다. 비록 힘들지만, 인간적인 정과 사랑이 통하는 사람들끼리 모여 <구로동 산 0번지>를 함께 만들어가고 싶은 ‘희망’이었다. 그 결과 공단이라는 굴뚝산업시대의 상징적 이미지가 IT기술 등 벤처기업으로 탈바꿈하여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기업이나 동포들이 하나 둘 몰려들어 디지털밸리 인구가 20만 명이 넘는 경제기반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야말로 굴뚝공장이던 구로가 상전벽해(桑田碧海)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 詩들을 쓴 시기가 87년이니까 아마 그 당시만 해도 희망찬 21세기 뉴밀레니엄이 밝았다고 저마다 외쳐대고, 온갖 정치인들의 거짓된 선거 공약이 난무하던 시절- 7, 80년대 조세희의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공>처럼 도시빈민의 현실이 진하게 각인되는 바람에 이 詩가 여러 지역신문이나 잡지 등에 발표되자 많은 독자나 구민들로부터 뜨거운 각광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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