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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작가포럼/2019 작품특집 35]김서연의 시 '갈라파고스'외 7수

기사승인 2019.02.10  20:2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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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미국 유학 생활의 어려움을 이겨나가며 시 창작에 매진하고 있는 김서연씨의 내심세계를 가만히 훔쳐보다...

 

   
1994년 2월 중국 용정 출생. 연길시제5중학교 졸업, 코네티컷주 페얼페얼드공립고등학교 졸업, 코네티컷주립대학교 졸업(사회학과-범죄학전공, 아시아학- 부전공), 플로리다주립대학 범죄심리학 석사(입학예정).
수상내역: 꼬마작가상 금상, 길림서점컵 금상, 유석종컵 은상, 청송문학상 은상, 조명희 문학상 동상, YUST컵 금상, 은상, 우수상 등 수상.  '문학광장' 격월간지 57기 신인작가공모전 당선

 

1. 가끔은…

 

하늘을 그리는 펀치의 날개가 부러워
너의 하늘에서 주어진 자유를 만끽할수 있으니까

바다를 누비는 거북이의 두 눈이 부러워
너의 바다의 신비함을 마음에 담을수 있으니까

바위를 빚고있는 바다사자의 손이 부러워
너의 바위에 선명한 흔적을 남길수 있으니까

어쩌면…

불청객 바람이라도 되고 싶어
너의 따듯한 온기를 고스란히 느낄테니까

정체없는 구름이라도 되고 싶어
멀리서나마 너의 얼굴을 지켜볼수 있을테니까

투명한 공기라도 되고 싶어
너의 부드러운 숨결을 느낄수 있을테니까

그저…

너의 일부가 되고 싶어
너와 하나가 되고 싶어
함께 잠들고 함께 깨고 함께 호흡하는
너와 내가 되고싶어

 


2. 방황은 사랑의 또다른 이름


 
구름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기에는
 길이 너무 많습니다.
북두칠성만 보고 가기에는
 끝이 없을것같아 두렵습니다.

잔디들이 살아있는 곳에서 놀기엔
 그늘이 너무 작습니다.
나무가 무성한 밤길을 지나가기엔
꿈을 잃을까 두렵습니다.

하늘을 나는 용맹한 독수리가 되기에는
가슴이 너무 작습니다.
우두머리 기러기가 되기에는
 혼자만 남겨질까봐 두렵습니다.

새벽녘 다시 잠들수 없는 이유는
아침이 너무 빨리올까 불안해서입니다.
내가 그대에게 선뜻 다가가지 않는 이유를
나보다는 그대가 더 잘 알고있기 때문일겁니다.


 
3. 잠 못드는 밤
             

읽히기 힘든 내 이름대신
익숙한 새 이름을 품었다
밤하늘 저 멀리있는 별에게도
한껏 웃으며 그 이름을 보여주었다

그때는 전혀 몰랐다
밤이 왜 그리도 길었던지를
그때는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저 별들이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그저 누구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는
내 이름 석자를 부끄러워했을뿐
단 한번도 헤아리지 못했다
내 이름을지켜준 수많은 별들의 피와 눈물을

어느누구도 겁박하지 않았는데
나는 왜  내 이름을 그리도 급히 감추려 했던가
이방인이란 낙인이 무서워서였던가
한낱 소속감을 갈망하기때문었던가

저 하늘높이 떠다니는 구름도
곁을 스치듯 지나치는 바람도
하물며 내 주위를 맴도는 먼지도
아무도 내 이름을 읽을줄아는 이가없네

나무는 늘 나무 그대로인데
열매만 이리저리 길을 잃듯
별은 늘 별 그대로인데
나는 점점 나를 잃어갔네

내 이름을 부끄러워했던 지난날을 부끄러워하며
오늘에서야 마침내 나를 찾아헤맨다
오래도록 갖아두었던 내 이름을
눈물에 적셔 고이 닦아낸다

헤어도 끝이 없는 저 별들에게, 밤새
진정한 내 이름 석자를  자랑스레 적어보인다
긴  어둠의 밤이 지나 눈부신 아침이 오면 비로소
내이름도 잠에서 깨어나 햇빛에 반짝일것이다

 


4. 청춘이 바람을 만났을 때


          
가시에 찔리고
칼날에 베이고
화염에 데여도
꿋꿋이 잘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고작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상처받고 아파하고
흐르는 눈물을 멈출수가 없다.
청춘이라서 아픈것이라고
남들도 다 겪는것이라고
조금만 지나면 괜찮다고
그러나 바람이 낸 상처는 쉬이 아물지않아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

가시에 찔린것처럼 쑤시고
칼날에 베인것처럼 아리고
화염에 데인것처럼 화끈거려도
결코 물러설수 없는 이유는
고작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흔들리거나 넘어지는
나약한 존재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청춘이라서 흔들리는것이라고
남들도 다 겪는것이라고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된다고
그러나 바람이 스쳐지나간 자리에 흔들림없이 서있기가 너무 힘들다.

가시에 찔려 살이 파고드는 고통이 있더라도
칼날에 베여 피가 흐르는 고통이 있더라도
화염에 데여 물집이 잡히는 고통이 있더라도
꿋꿋이 버틸수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유혹되거나 굴복하는
어리석은 인간이 되고싶지 않기 때문이다.
청춘이라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것이라고
남들도 유혹앞에 무릎을 꿇는것이라고
조금만 더 버티면 된다고
그러나 바람이 내게 걸어오는 악마의 속삭임을 뿌리치기가 너무 힘들다.

내가 너무 나약한 존재인건가
내가 감당하기엔 바람이 너무 큰 존재인건가
오늘도 나는 나 자신에게 수없이 되묻는다.
고작 스쳐지나가는 바람에게 인생을 조종당하겠냐고?
바람을 이길수는 없지만 견딜수는 있다고
결코 바람에게 좌지우지되는 삶은 살지 않겠노라 굳게 다짐한다.

 


5. 행복이 가슴에 노크를 해 오면

 

행복이 문뜩 가슴에 노크를 해오면
늘 웃는 얼굴로 반갑게 맞이해주세요

두손 가득 선물이 들려져 있다면
넙죽 인사를 하고 얼른 챙겨가세요
혹 양손 모두 비어있다고 해도, 꼭
오느라 고생많았다고 토닥거려주세요

너무 부담스럽게 대하지는 말아주세요
그렇다고 안일하게 대하지도  말아주세요

늘 함께하고싶은 가족이라는것을
언제나 그리워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것을
언제라도 늘 반갑게 맞이해줄것이라는것을
그렇다고 너무 욕심부리지는 않을것이라는것을

두손을 따듯하게 잡아보세요
그대를 찾아온것이 잘한 선택임을 깨달을수 있게

한참동안 쓰다듬어 보세요
그대는 늘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는것을 알아챌수있게

한번 꼬옥 안아보세요
그대는 언제나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는것을 느낄수 있게

너무 흥분해서 놀래키지는 말아주세요
너무 어색하게 맞이하지도 말아주세요

늘 한결같이 따듯하고 포근하다는것을
부담감 없이 언제든지 들릴수 있다는것을
자주 오고싶고 같이 있고싶은 가족같다는것을
혹여 소외감은 절대  느끼지 않을것이라는것을

행복이 문뜩 가슴에 노크를 해오면
희망의 불씨를 지펴 기쁨의 축포를 실컷 터뜨리세요

 

   
▲ 빵 한 조각, 물 한잔, 그리고 시 한줄 떠올리며...  


6.부디

              

처음 너를 만난것이
우연이었듯
우리의 마지막 또한
우연이기를

가슴을 호되게 데였다고
꽁꽁 얼리는 일은 없기를
가시에 찔리는것이 두렵다고
갑옷을 두르는 일은 없기를

독한 여름  더위속에서
억센 겨울  추위속에서
반복되는 평범한 일상속에서
더이상 내 그림자를 찾아 헤메이지 않기를

봄의 싱그러운 햇살을 보며
가을에 물든 예쁜 단풍을 보며
반복되는 소소한 일상속에서
더이상 내 향기를 찾아 헤메이지 않기를

너에게 나는, 간절함이 만든 놀라운
사막에 내리는 단비같은 존재이기를
너에게 나는, 애틋함이 빚어낸 기적처럼
찬란한 오로라같은 존재이기를 

내가 너의 모든순간을
기억하듯이
나는 너의 가장 선명한
기억이기를

 

7. 절대 돌아오지 않는 과거에게, 선뜻 다가오지 않는 미래에게

 

돌아오지 않는 과거에게
괜한 미련을 가지는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돌이킬수 없는 후회와
불필요한 자책이
여전히 내 마음속에 전세를 살고 있다면
과감히 그들을 내쫓는 악덕 건물주가 되련다.
뼈저린 반성과
굳게 다진 의지를
새로운 세입자로 들여
기꺼이 방 문을  활짝열어
격하게 환영하련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게
너무 큰 공상을 지니는것만큼
어리석은 일이 있을까?
가슴시리도록 아픈 절망과
끝없는 섣부른 욕심이
벌써 내 마음속에 전세를 살고 있다면
과감히 그들을 내쫓는 악덕 건물주가 되련다.
찬란한 희망과
적당한 기대를
새로운 세입자로 들여
기꺼이 방 문을 활짝열어
격하게 환영하련다.

돌아오지 않는 과거에게 미련을 가지는것도
다가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공상을 하는것도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것보다
먼저일수는 없다.
과거에 얽매이는 자에게 현재는 과거의 미래인것이고
미래에 목매는 자에게 현재는 미래의 과거인것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자들에게
과거의 미래도 미래의 과거도
결국에는 걸림돌이 될뿐.
마음속 건물, 작은 방 하나씩을 내어주어
편안한 잠자리를 제공하고
가끔씩 들여다보는것이
지금을 살아가는 자들이
현재를 좀더 가치있게 살아가는것 최선이 아닐까?
절대 돌아오지않는 과거에게
선뜻 다가오지 않는 미래에게
현재가 영원한 마음속 건물 세입자임을 알려야 한다.

 


8. 또 다시 추운 겨울

 

다들 봄이 좋다길래
나도 덜 추워지려 봄을 찾았는데
오히려 겨울보다 더 춥다
겨울은 추운걸 알기라도 했지

차라리 봄을 알지 말걸 그랬다.

다들 봄엔 싹이 튼다길래
나도 싹 틔울려고 봄을 찾았는데
오히려 겨울보다 더 말랐다
겨울엔 기대라도 하지 않지

차라리 봄이 오지 말걸 그랬다.

다들 봄이면 웃는 다길래
나도 웃어보려고 봄을 찾았는데
오히려 겨울보다 더 삭막하다
겨울엔 희망이라도 걸지 않지

차라리 봄을 맞지 않을걸 그랬다.

다들 봄이 더좋다기에
다들 봄이 더 행복하다기에
다들 봄이면 더 많이 웃는다기에
나도 봄봄봄, 봄만을 기다렸는데
남들 좋은게 다 좋은건 아닌가보다
봄이라는것도,  사랑이란것도

차라리 사랑을 몰랐을걸 그랬다.
바라지 말걸 그랬다,맞지 말걸 그랬다…
겨울이면 겨울대로 봄이면 봄대로
그저 그대로 내버려둘걸 그랬다.

차라리 사랑을 하지 말걸 그랬다.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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