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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작가포럼/2019 작품 특집 31] 이종영 시 '날품3' 외10수

기사승인 2019.02.08  22:5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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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 시로 보는 한국문인의 정감세계...
 
   
▲ 이종영 약력 : 詩 부문 문학21 등단, 수필부문 문예 감성 등단. 중원대학 중원문학상. 들소리 신문 문학상, 한국문인협회 회원. 시집: 63.5그램 .첫눈역에서, 늦가을 그들의 삽화, 우리가 비 그대는 시 공저. 월간 곰단지 자문위원. 글동네 작가회 회장, 화숲 동인.
 
 
1.날품 3
 

 
재 넘는 새벽달에
낮게 깔린 어둠 걷히고
앙금처럼 가라앉은 거친 숨소리
서리진 새벽을 가른다
버거운 삶 짊어진 채
관심 주지 않는 생에 순종하는
허기진 눈망울
 
땅의 무게만큼
무거운 하루해에 저당 잡힌 육신은
마디진 손 부여잡고 일어선다
 
조각으로 기워진
무지개 드리운 하늘
엉킨 실타래 풀리는 날이면
산 달처럼 쌓일 꿈의 산물들
 
 
 
2. 음주운전
              
미워한 적 없는데
싫어한 적 없는데
백년손님이
나를 울리고내 딸을 울린다
내일모레면 하얀 모래 눈부신 사이판으로
신혼여행 비행기 타야 하는데
코끼리처럼 코에 호스 끼운 채
입춘 지난 지 한참인데
이제야 겨울잠 자려는 듯
미라처럼 붕대 휘감고 침대에 누워있다
떨림 없는 손가락은 병실 천장 가리키고
희미한 숨소리 들어야 하는 심장은
숯검정으로 타들어 가는데
지난밤
왜 그랬는지
물어도 대답이 없다.
 
 
 
3. 괴산, 현장사무소를 떠나며

 
잊지 않으리 비 내리는 날
바람 부는 날도 잊지 않으리
스물여섯 달 아침을 깨우던
문수산 깊은 골 산울림
 
산허리 감아 도는 잦은 운무는
욕심 없는 촌로의 미소처럼
한 폭의 선한 그림이 되고
 
나무 사잇길 산길마다
인연의 탑을 쌓으며
남겨두고 담아 가는 연민
 
그것은 남은 자의,
떠나는 삶 모두가
추억이기를 아름답기를
한때 푸르던 시절은 두고 가리라
 
 

4. 냄새가 난다
 

화장기 없는 민얼굴의 글을 쓰고자 하나
익숙지 못하여
자꾸만 로션 병에 손이 간다
뻗치는 손 다시 거두어 들이지 못하는
습관이 무섭기까지 하다
스스로 느끼는
냄새는 그 실체의 본질이 아닌가
이미지란 어차피 진가를 체험하지 않으면
각자의 몸에 희열의 날개를 달기는 쉽지 않을 터
손결이 한번 스치고 지난 자리는 빛이난다
그 빛 속에 무엇을 더 보태야 하는가
가그린으로 잇몸을 청소하고 장미 향수로 제 몸을 물들인 사람들
그런데 인간의 교만과 위선은
그 원초적 냄새를 거부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편승하여 살아가려 한다
아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하얗게 분칠하고 감추어 둔
속의 냄새는 어쩌려고들 그러는지
그걸 풀어내지 않으면 고여서 곪아서 악취가 날 텐데
뿌리를 보고 싶다
그곳의 뿌리가 깊다면 좀 더 파고들 텐데...
 
 

5.오십천

           
                    
세월의 수레 따라
수채화 같이 빛바랜 그리움 묻어두고
돌고 도는 굽잇길 지쳐가는
희미한 눈길로 바라본다
12월에 짧은 해는 쪽문으로 파고들고
어긋나는 인연 하나 걸어둔
아득한 거리 지나
순서 없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급할 것 없는 일이건만
바삐 걸어온 길
변해가는 시간 속
우두커니 앉아
기약 없는 기다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작은 행복 있는
그곳으로 가고 싶다
색바랜 환상의 도시 뒤로 한 체
원초적 본능이 기다리는 곳
아무런 욕심도 시기도 없는
그곳에 나를 내려놓고 싶다
다소, 찬바람 불어 옷깃 여민다 하여도...
 
*오십천 :삼척으로 흐르는 천(川)
 
 
   
▲ 무인도가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 살지 않기 때문이지 않을까?...

6. 무인도
 

오지 않는 그들은 다시오지 않으려나
아직도 새벽이 멀다
어둠으로 번지는 물 밀듯
외로움이란 아픈 것이라
외기러기 부초처럼 내려앉네
 
기다림으로 녹아드는 섬
몸을 짓이겨 살오른 섬처럼
너의 그리움은 쌓이는데
그도 알아챘는지후두둑 떠나네 날아가네
 
혼자의 섬이었을까
새벽은 멀고
오늘은 바람조차 없다.
 
 

 7. 남이섬  
              
 
못다 한 삶의 그리움
무형으로 떠도는 유배지 
 
요절한 장군의 넋
굽이치는 물안개로 씻기어
호반 어귀마다 이슬로 흩뿌리고
 
장구한 세월
소나무 나이테로 야위어 가는 숨결
 
묵묵히 낮은 곳으로 흐르는
순종의 북한강물마저
머물다 간다 한들 누가 막을쏜가
 
회한의 뒤안길
휘날리는 꽃잎처럼 벗고픈 누명 삼켜
소리 없이 흐르는 물길에 씻어가 두고
 
사무치는 하늘빛 물들여
애당초 정들이지 못한 설음
소멸하지 않은 영원한 향취로 남아
미리내 굽이진 물길에 누웠네라 
 
 

8. 폭설
 

기차는 오늘도 연착이란다
밤새 내린 눈으로
지난밤 막차를 놓쳤는지
새우잠 자는 두 사내
바짝 오그라 붙은 나무의자엔
그나마 앉을 곳이 없다
밤새 타다 남은 갈탄 열기에
굽은 손을 녹이며 소년은 중얼거린다
오늘은 또 몇 시간 지각일까
청량리에서 출발한 급행열차는 밤새 달려와
설렁설렁 묶은 몇 뭉치의 신문을
내동댕이치고 달아나는데
사무실 통난로 옆을 왔다 갔다
시무룩한 역장의 침묵이 지쳐 보인다
기말고사,시험만큼은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기차가 울지 않는다
언제쯤 기차가 올까
지워가는 철길 따라
내 어린 청춘 위로 눈이 내린다
 
 

9.어머니
 
              
불면의 밤으로
지새우는 가슴앓이
깊이 서린 한숨 세월
 
희미해져 가는 여든 해 인생
연민에 강 되어 흐르고               
흐르는 세월에 묻어둔
빛바랜 삶의 애환
낮은 한숨 잦아드니
 
소맷자락 옷고름에 
눈물 훔친 날 몇 날인가
 
쇠한 눈, 마디진 손길
주어도 못다 한 참사랑
무엇으로 갚으리까 
끝없는 눈물기도
 
 

10. 고향 그리기

 
                                        
겨울 한나절 느리게 저물고
전깃줄 아래 느티나무
연결이 사슬로 매듭으로
그래야만 안심이 되는
삶이라니,
서 있는 자체가 고역이다
 
시들고 말 서산 노을 바라
그냥 서 있기만 해도 좋을,
아주 먼 고향이 그립다
 
너른 황토밭 봄밭에
씨앗을 뿌리던, 그렇지
훠이훠이 날개의 봄날의
내 어머니 당신이 날던
고향이 그리울 만하지
 
 

11.  엘림 금식 기도원

                                        
가야산 산허리 한자락  
은혜로운 주님의 전
언약의 씨앗 심을 옥토 두루 찾아
하늘에서 이룬 뜻   
이 땅에 이루어지기를  
기다린 연단의 세월
 
간구와 헌신 속 맺힌 땀방울   
벽돌마다 새겨진   눈물기도 얼마인가
천군 천사 응원 지붕으로 덮고  
갈 곳 잃고 방황하는 메마른 영혼   
부르시는 애절한 사랑
 
엘림 성전에서 기도하는 자
 다시는 목마르지 않은 열두 샘물 마시고
종려나무 칠십 주 그늘 아래 흐르는  
호산나 찬양으로, 병들어 지친 몸  
외양간 송아지처럼 기뻐 뛰리라
 
오호라! 기쁨일세  
응답받는 기적의 기도원으로  
온 누리에 퍼지리   
온 누리를 품으리 주의 사랑으로. 
 
* 엘림 금식 기도원 : 충남 서산 운산면 세광교회 기도원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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