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인프로필 본명 허창렬, 시인/평론가. 기자/편집 역임. 재한동포문인협회 평론분과장/부회장
[서울=동북아신문] 명상 5

아픈 너의 병을 고쳐주는 약이 있다
아픈 내 마음 고쳐주는 약이 있다

하늘이 무심히
쥐여뿌린 찬비에도
저 보살같은 님들의 념원에
주문이 귀를 열면
방울방울 정성이 새록새록
새 살로 돋아난다

한컵의 물에
팔만사천 생명이 있다
한방울의 물에
너와 나의
인생이  있다

중생은 나 같고
보살은 너 같고
대천세계에 오늘 하루 비는
성수나게 내린다
항상 맑고 그윽한 그 큰 은혜여

웡 와시 버러머니 쒀하
(嗡 哇西 波罗牟尼 嗦哈)
웅 반자 아미다 군자리 하나하나 훙 페이
(唵 班杂 啊密达 滚扎利 哈那哈那 哄呸)

 

명상 6

세상은 오직 하나다
모든것이 둥그스럼
그렇게 열려 있다
보라ㅡ
두 눈을 펀히 뜨고서도 안 보이면
두 눈 을 꼬옥 감고
다시 보라

세상은 오직
하나인데
인간 스스로
둘을 선택했고
간교한 이들이
셋을 더 보태
우리의 혜안
흐리웠구나

유럽에서 예수는
천당을 선택했고
동양에선 지장왕보살님이
지옥을 선택하셨고
이렇게 분명 하나인것을
부처님은 아무런 말없이
우리를 깨우치고
계신다

무거운 십자가를
누가 지금 짊어지고 있는가?
가야산 보리수나무아래
빛발치는 삶의 무게
하늘우에 또 하늘이 있고
땅아래 또 땅이 있고
나도 원래 부처였음을
억만겁 비로소 희미하게
깨달아간다


명상 7

보리밭 식혜에서
별이 나풀나풀 춤을 춘다
아리랑도 없이
누군가의 심장에서 풀어내는 한오리
긴 휘파람소리로
쪼각달이 밤이슬을
바늘에 꿰여보다가
벌떡벌떡 일어서는 갈증을
새벽에 줄느런히
줄 세운다

산속에 산이 있고
탑우에 탑이 있고
하늘옆에 하늘이 있고
그늘아래 또 그늘이 있다
너는 나를 잊은지도 오래지만
나는 너를 한시도
잊은적이 없노라고
원죄의 업이 또 혼자말처럼
중얼거린다

보도중생은 결국 나를 위한 방편
깨우치고나면 더욱
소름 끼치는 정진
인생의 갈림길엔 감로수마저
무의미하기에
사랑도
국경도
민족도
행복도
모두 버리고
지혜 한줄기만 선뜻이
뽑아든다

서천에
련꽃이
무소의 뿔인양


피여 있다

 

명상 8

나무법계장신 아미ㅡ타불을 만난다
나무대자대비 관세음보살을 만난다
나무대력대선 대세지보살을 만난다
나무문수보살님을 만난다
나무지장왕보살을 만난다
나무보현보살님을 만난다
나무일광보살님을 만난다
나무월광보살님을 만난다

만나고 만나도 끝이 없다!
결국 마음이 하늘보다 크고
우주보다 더욱 넓고 깊은것을
비로소 깨달아 간다…

 

명상 9


이 세상에 총명한 자들
의심에 의심을 품어
의심이 너무 많고
그 의심의 사슬을 끊고
호흡이 자유로운 자
비로소 밝은
지혜를 얻는다

너는 도대체 누구이며
나는 또 한 누구인가?
네 행위를 살펴보면
너는 누구인지 금방 알수 있고
스스로 자신의 행위를 살펴보면
또 한 나는 누구인지를
알수가 있다

가만히 앉아서도 세상이 다 보인다
가만히 앉아서도 세상을 다 읽는다
겨드랑이 사타구니로 어지러운
가쁜 숨 몰아쉬며 우리는
잡지도 못할 봉황의 깃털을 월계관인양
머리에 꽂고 살아왔구나

네가 한번 움직이면 세상이 꿈틀 한번 놀라고
내가 한번 움직이면 뭇짐승이 꿈틀 또 한번 더 놀란다
너에게 나는 동무이자 적이며
나에게 너는 벗이자 원쑤이다
그것도 모르고 우리는 너무 쉽게
제 멋대로 이 세상을 살아 왔구나

향기로운 말씀에 다시 눈을 뜬다
결국 자신을 전승하는 일이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들고 어려운 일임을
한수 더 배워가며 산다
창밖에는 록파만경
문을 나서면 청산이 어김없이 다시 마중 나오네…


명상 10

부처님께 명함 한장 건넨다
보살님께 명함 한장 건넨다

공자님에게도 명함 한장 건넨다
옥황상제님께 명함 한장 건넨다

염라대왕님께 명함 한장 건넨다
중생들에게 명함 한장씩 건넨다

아무도 아무런 말이 없다
오직 아수라계의 아수라들과

저승세계의 잡귀신들이
만나서 반갑다고 야단들이다

 

명 상 11

어느 날 문득
하늘을 닮아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어느 날 문득
하늘을 떠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늘에는 귀가 있다
하늘에는 눈이 있다
하늘에는 팔이 있다
하늘에는 발이 있다
하늘에는 다리가 있다
하늘에는 자궁이 있다

아무리 몸부림쳐도
아무리 발버둥쳐도
아무리 생억지를 써도
아무리 즐거워도
아무리 서러워도
아무리 외로워도
아무리 괴로워도
결국 벗어날수 없는 이 세상

이제 나는 다시한번 탈변을 꿈 꾼다
벗어나지 못할바엔 차라리 담담히 즐기고
벗어나지 못할바엔 차라리 담담히 웃어주고
벗어나지 못할바엔 차라리 과감히 마주서리
이제 이 세상에 나는 항상
있는듯이 없고
이제 이 세상에 나는 항상
없는듯이 또 있다

2013년10월6일

 

명상 12

네가 나를 한번 부정할때
나는 너를 백번도 더 부정하고

내가 너를 한번 부정할때
너는 나를 천번도 더 부정한다

가까워질래야
가까워질수조차 없고

멀어질래야 또한
멀어질수조차 없는

하나의 별은 하나의 너
또 하나의 별은 하나의 나

마주서서 바라만
봐야 하는 너와 나는

운명인가?
숙명인가?

머루같같이 까아만 두눈
차츰 바람에 파르르 떨리는 두 입술

오늘도 뭇별은
바람에 흔들린다

 

명상 13

저 새빨간 거짓말에도 한계가 있듯이
저 미욱한 깨달음에도 한계가 있다

깨달은듯 령리한 너는 세속명리에 더욱 밝고
깨달은듯 아둔한 나는 명상이 더욱 길다

좁디 좁은 울타리를 벗어나
그 울타리속을 다시 들여다보면

세상은 온통 어지러운 가난이
행복의 진한 피 나눠 마시며

무지가 춤을 추고 허영이 통곡끝에
살을 저미는 구슬픈 노래 부르고 있을뿐인데

명리며 사욕에만 눈이 먼 자들이 하루 또 하루
살아가는 지혜며 제 나름대로의 섭리를 순리로

사명인양 천직인양 그렇게
진부하고 리얼하게 살아가고 있다

차라리 두 눈을 감고 도(道)와 도(度)의
함의를 가슴 깊이 되새겨본다

문득 내 눈에 보이는것만이
이 세상 전부가 아님을 다시 깨닫는다

깨닫는다는것은 마음이 거울처럼
밝고 깨끗하다는것이다

마음이 깨끗하다는것은 마음이
날마다 새롭다는것이다

마음이 새롭다는것은 마음이 곧 세계고 우주임을
이제 진실하게 느끼며 살아간다는것이다

2013.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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