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포문학 8호 공모 작품-

 

▲ 김정권 프로필중국 연변 왕청현 출생, 연길시문예창작실 주임 2007년 연길시문화관 창작원, 현재 국가1급 극작가
여름 

정작, 꽃은 더 많이 피우면서도화사한 계절은 봄에 먼저 내주고깨어 문 입술로 새벽을 뿜어푸른 들말의 아침을 식힌다 철물처럼 질질 늘어붙은 시간에허리를 잔뜩 묶여벌겋게 달아오른 육신을시련의 모루우에 뉘이여 한갓천둥의 단조질에 각질을 벗는다 오오, 악착같이 쏟아지는 저 광열! 저것은 심장에 맥박을 용접하는 빛, 재작년, 무심히 떠나버린가을새의 기다림을 땡볕에 버무려기약없는 미련의 쟁반에지글지글 그리움 지진다   촌부의 音 개산툰에서 두만강을 따라한 십여리쯤 내려가면집이 몇채 안되는 작은 마을이 있다아침이 밝아오면 땡볕이 늘어지게잠 잔 얼굴에 손목이 가아만촌부의 손가락이 염소의 갈비뼈같은피아노건반우에서 쇼팽의 녹턴이우르르 달려나와 숫탉의 울음을 마중한다저녁노을을 한아름 끌어들인 마당에는그녀의 허리를 닮은 속 비인 항아리들이지나가는 바람을 불러들여음악을 만들면둥기둥둥 가야금이 나를 버리고 간 통한을앙가슴에서 끄집어내여 두만강에 띄워보낸다하늘중천에 걸린 달이퇴마루에 나가 저린 오줌을 누고한참을 일어서도 절대 펴지지 않는, 구순된 로모의 엉덩이에서 흐르는 저믄 빛을두만강 물새가 물고 가다 깃을 접으면머얼리 간내자식 놈, 차마 그리워여윈 가슴을 파고드는 그녀의 비파는이천에 비낀 달에 빨갛게 손톱물 들인다  간도새(间岛鸟) 땅 찾아 물 찾아누구여? 꺼이 꺼이 찾아온 이, 돈 찾아 복 찾아누구여? 훠이 훠이 떠나간 이, 연변 새들은 조선말중국말을 다 안다 인간아!(人间啊) 참새는 사람간의 간격이너무 비워졌다 하고 인간아!(人干哪) 딱새는 사람들이이럴래긴가 하고 그리고 처마밑에 제비는“인-간-아!”를 줄임말로사람들이 가서 아프단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