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연 며칠 장마로 거의 집안에 갇겼을 요즘 같은 날에는 해빛이 내리쬐는 큰 아름드리 나무밑이 그립다. 찬란한 나무잎들의 흔들림소리와 나무잎 사이사이로 퍼져 들어오는 해빛의 황홀한 반짝거림은 내 깊은 한숨속을 부드럽게 애무해준다. 그 순간만큼은 아무리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나 미움의 감정들이 거짓말처럼 풀어지고 편해진다. 나무의 품은 언제나 인간에게 없는 그 어떤 기운을 나를 쓰다듬으며 전해준다.

▲ 홍연숙 약력: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 다수 발표. 현재 울산 거주
나는 어릴때 학교운동장의 제일로 굵은 비술나무밑에 자주 가 있었다. 한손에는 꼭 책이 들려 있었지만 책을 본적은 없었다. 그냥 그 아래의 평화로움을 향수하고 부족함이 없는 느낌이 좋았던 것 같다. 한국에 와서 열댓번의 이사로 월새방을 전전긍긍했지만 항상 집 근처에는 큰 나무가 있었다. 지금 사는 집에도 서재의 창문을 다 품어주는 음나무가 있다. 남편이 이사를 하자고 했지만 견결히 동의하지 않은 이유도 창가에 앉아서 커피마시며 마음껏 감상에 젖을 수 있는 음나무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시간에 쫓기어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어 질 때는 도서관으로 가는 벗꽃나무 아래를 천천히 걸었다. 딸애가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왔을 때 함께 걸으며 감탄을 하는 걸 보니 아마 누구나 다 나와 같은 마음일거라는 생각이 든다. 수없는 좌절을 감행한 우리의 청춘은 그에 대한 분노를 누구러떠릴 그 무엇이 필요하며 또 누구러지지 않고서야 어찌 이 삶을 건느겠는가. 나무아래를 걷고 나무 아래에 앉고 나무에 등을 대고 나무를 올려다 보아라. 어떤 소리가 들려 오고 눈앞에 무엇이 보여지며 또 혼자가 아니고 따뜻해 질거다. 영화 "아바타" 를 보았다. 그후 2번을 더 보았다. 그 영화를 더 본 이유는 영혼의 나무 반양트리때문이다. 하와이로 갈 수 없지만 또 인터넷으로 찾아보는 것 보단 영화로 보는 반양트리- 아바타나무의 신성한 기운을 더 느끼기 위함이었다. 자연과의 교감과 영혼의 하나됨을 표현하는 나비족들의 종교의식이 거행되는 가운데에 화려한 핑크빛갈로 온 스크린을 독차지한 거대한 영혼의 나무뿌리는 세상의 나무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이룬다. 나비족들처럼 꼬리가 없지만 그 연결되는 느낌은 땅과 하늘사이에 접목된 하나의 나무로 마음속에서 자란다. 그리고 내 몸의 신성함을 알고 자랑스러움에 자축한다. 연리지나무는 내가 그토록 찾고 있는 나무다. 인터넷으로 찾아 봤지만 언젠간 한번쯤은 만나고 싶은 나무다. 살기 위해 상처를 내고 또 서로 상처를 받아들여 연리지가 된 두 나무, 함께 상처를 감싸안고 하나의 숨으로 호흡하는 사랑이 어찌 아름답지 않겠는가. 
 
 하늘을 거역한 자땅을 배신한 자허공에서 만나악착같이 서로를 휘감는다 옳바르게 곧게 갈 길을살을 녹이고 뼈를 깎으며 요분질로 시간을 걷는다 음지에서 싹을 틔우다새들에게 쪼이고쥐들에게 갉히여흉측하게 벌거벗은 사랑 도덕의 눈총을 거둬라법의 손가락을 내려라비익조나 비목의 사랑은 전설일뿐연리지나무의 사랑 앞에서는 침묵하여라 201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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