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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진 수필]2018 무술년 황금개 띠해 단상

기사승인 2018.02.11  11: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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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진 :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수필/수기 수십 편 발표.
[서울=동북아신문]2018 무술년 황금개 띠해를 맞으며 개와 사람과의 인연을 주제로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새해가 되면 항상 뭔가 글로 남겨 자신을 독려하는 계기를 삼고싶은 심정이다.

개는 인류가 최초로 가축으로 삼은 동물로 알려져 있다. 개를 기른 역사는 유구하다. 애완견, 사냥견으로도 길러왔다. 가히 인간의 친구라고도 볼 수가 있다. 개는 주인을 잘 따른다. 주인은 개가 쉬거나 잠을 잘 수 있는 개집과 음식, 생활공간을 제공하고 개는 주인과 그 재산을 지키거나 함께 어울리는 관계가 형성된 것이다.

인류는 오랜 역사에 걸쳐 개를 기르면서 개와 관련된 이야기, 속담, 문화, 터부와 같은 것들이 생겨났다. 개는 충직의 상징으로 여겨져 견마지로(犬馬之勞), 몽골제국의 사준사구(四駿四狗)와 같은 관용어가 만들어지기도 하였지만, 민간에서는 가치 없는 것이나 난잡한 것에 비유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개짓거리, 개소리, 개판, 개놈, 개다리, 개꼴망신 등 이루다 헤아릴 수 없다. 동양문화에서 사람을 개에 빗대는 것은 심한 욕설이다.

한국에는 개와 관련된 많은 속담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산다”거나 “서당개 삼년에 풍월을 읊는다”와 같은 말들도 있고 “죽은 정승이 산 강아지보다 못하다”, “길러준 개 발뒤축 문다”, “미친개는 제 주인도 문다”, “똥개는 제 집 앞에서 짖는다”, “시어미 역정에 개 배때기 찬다”, “개도 주인을 보고 때린다” 등 민속어도 있다. 또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를 한다”, “개 뼉다구 같은 소리”, “초상집 개 신세”, “비단에 싼 개똥”, “닭 좇던 개 지붕 쳐다보기”, “천분세락”(개똥밭에 뒹굴어도 세상은 즐겁다) 등 생동하고 재미나는 표현들도 적지 않다.

우리 민족은 개와의 인연이 유별난 것 같다. “남에는 진돗개, 북에는 풍산개”라는 말이 있다. 진돗개는 영민하고 용맹하며 충직하고 주인에게 잘 충성하여 명견으로 널리 알려져 사람들의 깊은 사랑을 받는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김대중대통령과 김정일국방위원장은 서로 진돗개와 풍산개를 선물로 교환하였었다. 그리고 공원이나 길가에서, 그리고 지하철이나 기차를 탈 때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애완견들, 마치 자기 새끼처럼 애지중지해 하는 사람들을 보면 참 이해가 안 될 때가 많았다. 살면서 할 일도 많고 가족을 부양하는 일도 벅찬데 부질없이 개한테 돈과 정력을 허비하다니 참 바보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결혼은 하지 않고 개를 신랑처럼 데리고 산다는 여인들도 있다고 하니 너무도 한심스럽기도 했다. 여자가 귀한 때라 금값이라고 수군거리는데, 또 숱한 남자들이 독수공방을 하고 있는데, 참, 요즘 세상은 개가 사람 대접받고 사람이 개 취급을 당하는 개판인 세상이 돼 가고있지 않는가 싶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는 개를 썩 좋아하지도 않았지만 또 너무 싫어하는 편도 아니었다. 그저 개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고 또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뿐이다.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에는 고양이도 있었고 개도 있었다. 고양이는 쥐를 잘 잡아서 무척 사랑을 받았고 나와 잠도 함께 따뜻한 가마목에서 잤다. 개는 온종일 밖에 나돌아 다니다가 밤이 되면 집에 들어와 방바닥에서 잤다. 간혹 구들에 한 발을 올려놓기라도 하면 야단을 맞는다. 몽둥이가 없으니 빗자루로 사정없이 때린다. 한번 버릇 들이면 자꾸 올라온다고, 버릇을 들이면 안 된다고 사정을 두지 않는다. 그때 개는 정말 값이 없었다. 그래서 심술을 부리는지 우리 집 개는 집의 닭도 물어 죽이고 고양이를 보기만 하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그러면 고양이는 무서워 쏜살같이 지붕이나 천정으로 도망쳐 버린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미쳤는지 누나에게 달려들어 엉덩이를 덥석 물었다. 누나는 기절초풍해서 마구 아우성을 쳤다. 화가 치밀어 오른 아버지는 마을 청년들에게 개를 잡아 치우라고 요청했다. 마을 한복판에 있는 전주대에 개를 묶어 놓고 사형을 집행했다. 개를 잡아서 개추렴을 벌렸던 일이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그 후부터 우리 집에서는 더는 개를 키우지 않았다. 미친개 제 주인도 문다느니 길러준 개 발 뒤축 문다느니 하면서 말이다.

한국에 와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우리 회사의 울안에 개 여러 마리가 살고 있다. 식당 사장네 진돗개 준준이와 디디, 그리고 최차장의 애견 아컬라(독일품종), 김과장이 키우는 몽몽(영국품종)인데 간혹 풀어 놓으면 좋아서 모두 회사 마당에서 마구 뛰어 다닌다. 그러면 우리는 웃으면서 “개판이야, 개판! 회사가 완전 개판이 됐다! 개들이 세상이 됐다!”면서 소리친다.

하긴 회사가 개판이기는 개판이다. 회사관리도 잘 안되고 일군들도 열심히 일하려 안 한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바보가 되고 제 몸 만 힘들어 지고 잘리지 않을 정도로 제 앞의 일만 하면 되니까. 빨리 일 하나 천천히 일 하나 똑같이 시간당 최저임금을 받으니 말이다. 남녀로소 불문하고 힘든 일 쉬운 일 분별없이 천편일률로 똑같이 돈을 주니 근로 적극성이 없어지고 쥐처럼 얄팍한 수를 쓰고 잔꾀만 부린다. 관리자들에게 로비(성 로비 포함)를 주고 서로 일이 쉽고 편하며 돈도 많이 벌수 있는 검사장에서 일하려고 서로가 물고 뜯고 아귀다툼을 한다. 하여 화가 치민 누군가가 신고전화를 해서 세 번이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단속을 나와 외국인들을 잡아 갔었다. 회사에서 낸 범칙금만 3억이 넘는다고 한다. 경기가 안 좋아 임금도 지불하기 힘든 처지에 개판이여도 이런 개판 어디에 있겠는가.

로비문제는 우리 회사의 문제만이 아니다. 로비문제는 이미 로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의 로비문화는 참 이제는 고질병으로 된 것 같다. 한국의 화장실문화, 지하철문화, 음주문화, 성문화, 효문화, 커피문화, 음식문화, 주거문화 등 많은 우수한 문화에 호감이 가지만 로비문화에 대해서는 어쩐지 반감만 생긴다. 말로는 선물이라지만 대가성이 있는 예물은 로비에 속하는 것이다. 그 로비 때문에 박전대통령도 구속되고 전전대통령도 수감되었었다. 전노대통령도 구치소에서 살았었고, 요즘 이전대통령도 로비 때문에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지 않는가?

세상이 각박하고 인심이 삭막한 사회에서 살다보면 개판이란 말이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온다. 한국에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다. 돈 있고 권세가 있으면 사람을 죽여도 감방 안가고 돈 없고 빽 없으면 배고파 빵 한 조각 훔쳐도 징역 1년을 산다. 죽은 자기 애견에게  오동나무 함을 해 안주었다고 직원에게 야단을 쳐서 “사람이 개 취급당하고 죽은 개가 사람 대접받는”다는 말을 만들어 낸 전 국정원장, 술 마시고 회사 직원을 숱한 사람들 앞에서 개 취급하면서 개망신을 시키고 자기도 개꼴망신을 한 “회항땅콩 사건”의 주인공 동방항공사 부사장……이런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한국의 슬픈 현실이다.

한국에는 일제 때 “독립운동을 하면 삼대가 망하고 매국매족을 하면 삼대가 떵떵 소리치며 산다”는 속설도 생겨났다. 사람답게 살다 가신 독립투사의 후손들은 개처럼 개 취급을 당하며 고통과 한숨소리 속에서 힘든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데 일제의 개가 되어, 졸개와 개다리로 살면서 매국과 매족을 일삼으며 동포들을 괴롭히고 독립투사들을 때려잡던 친일파 후손들은 호의호식하며 떵떵거리면 살고 있으니까. 국회에서도 큰 소리를 치면서 대한민국의 미래는 지들이 책임진다고 헛소리를 지껄이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은 개처럼 살고 쥐처럼 살아야 잘 산다고 한다. 개처럼 살아야 뼈다귀라도 얻어먹고 쥐처럼 훔쳐야 재산을 모을 수 있다는 말이다. 회사생활을 하기 전에 나도 건설현장에서 일을 했었는데 질이 안 좋은 한국 오야지들 만나 힘들게 일만 하고 돈도 못 받으며 엄청 마음고생을 했었다.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하는데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개처럼 살겠다고 마음먹으면 누구도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이 글을 마무리 하며 나는 내가 제일 숭배하는 중국의 엽정 장군의 시 <수인가>를 소리높이 읊고 싶다. 

“사람 나드는 문 꽁꽁 잠기고 개구멍만 활짝 열렸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외치는 소리 ‘기여 나오라, 자유를 줄테니’, 내 비록 자유를 갈망한다만 사람이 어찌 개구멍으로 기여 나가랴!”

그렇다, 사람이 어찌 개구멍으로 기어나가랴! 올해는 개판을 벌이는 개가 되지 말고, 사람마다 오로지 황금개가 되려는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이 세상은 더 살갑게 어울어지면서 아기자기 살기 좋아지는 한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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