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현산 수상자(왼쪽)가 청암문학사에 손수 쓴 붓글씨 족자를 선물하다
대나무

 한 줄기세상을 떠받친 이름 마디가 마디를 딛고한없이 뽑아보는 즐거움에 계절은 지치여저 멀리 가버리고 어깨를 겯고 바라보는세상의 끝은 어디 흔들리는 바람에도속 깊은 마음을 읽는다 누리를 담고도 남을넉넉함이여 가벼운 풍진에울고 웃는 세상사는 너그러운 발끝에서하나 둘씩 숨을 죽인다  박넝쿨 처마밑에웅크린 세월 담쟁이 철학을 넌출에 엮어 한지붕 그득 그물을 치면 잎사이불러가는 만삭은 기러기 울음소리에꼭지가 염글어 가고 톡톡톡할머니 손등에 이는 바람 가을이 왔나보네귀맛이 흐드러진다 감자눈 동면에서 깨어난저 뾰족눈 눈확마다도사린파란 독기가 봄을 쪼으려다묻힌채 사래 긴 능선위를 마구 헤집어하얀 리본솟대에 걸면 푸른 오월이 두른치마폭 그 아래로올망졸망 익어가는 저 동그란 눈들ㅡ비비고 밀치는자궁 속을  하루 터울좀팽이들이산통을 어찌 알랴 
▲ 가운데, 신현산 수상자와 고송숙 수상자, 그리고 축하하러 온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들
 당선소감신현산 시문학을 접한 지는 퍽이나 오래전의 일이다. 쉽게 생각하고 쉽게 쓰기 시작한 그 때를 생각하면 참으로 부끄럽기도 하고 문학에 임하는 태도 또한 너무 소홀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시를 쓰는 지금은 오히려 쓰면 쓸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것이 또한 당면한 현실이다. 왜일까 생각하니 주객관적인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중국에서의 지난 한 시기 문학창작에서 문학으로서의 진정한 가치를 추구하기보다는 정치적 이념에 종속된 글을 읽고 글을 써온 것이 아니었던가. 그런 세월이 수십 년이나 흘렀다. 한 틀에 매여 작가 자신의 창의적 발상이 제한 받는 협소한 문학의 길을 뜻하지 않게 걸어 온 어제였다. 또한 창의성을 앞세운 진실한 탐구정신의 결여와 작가로서의 바른 자세 그리고 작가의 수양, 생활에 대한 애착심이 부족했던 것도 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다년간 한국생활을 통하여 보고 느끼고 비교를 통해 장단점과 작가자신이 추구해야 할 진정한 문학방향과 창작정신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나아가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나아가야겠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모국어라고 하지만 필경 오랜 세월을 지나면서 문화적 언어적 격리감이 존재했던 것이다. 철자와 어휘적 측면에서의 차이점도 절실히 체감하였다. 하지만 본질적인 문제가 아닌 만큼 어느 정도 극복하고 시정할 수 있었다. 의식 내지 무의식적으로 동화될 수 있기를 기대도 해보았다. 다년간 한국문단의 우수한 작가들과 작품, 그리고 그들의 창작기교를 배워가는 과정에서 점차 자양분을 얻어 작품창작의 밑거름이 되게 하였다. 문학창작은 부단한 배움과 실천의 산물이다. 몸으로 느끼고 두뇌로 작업하는 땀과 정신이 믹서 될 때라야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지 않겠는가. 오늘 '청암문학' 심사위원님들의 지지와 성원 속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문학창작의 변혁기를 맞게 된 셈이다. 불모지에 생명의 씨앗을 다시 뿌리는 기분과 열정과 투지로 부푼 순간이기도 하다. 함께 나누는 영광을 가슴 뿌듯이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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