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며 보며 생각하며- 나의 여행수기①

▲ 1 다이아몬드 헤드
[서울=동북아신문]떠도는 구름처럼, 흐르는 바람처럼, 자유여행의 작은 이야기들. 가다 서고 섰다 다시 가는 두서없는 행선이었다. 그 속에서 몰려오는 어쩔 수 없는 불편함과 기진맥진한 피로••••••. 그래도 사람들은 소중한 돈과 시간, 체력을 투자하며 길을 떠난다. 그것은 그 낯선 세상과 문화가 가져다 주는 신비함과 감동이 움츠린 내 가슴의 용속함을 풀어주며 내 머릿속에 지울 수 없는 보석 같은 추억이란 것을 심어주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서울에서 비행기를 타고 일본 도쿄에 내려 몇 시간이란 환승시간을 기다려 하와이를 향하는 비행기에 올랐다. 하와이는 애들과 함께 한국 KBS방송  ‘골든벨’프로를 즐기다가 수학여행을 늘 하와이로 보내는 것을 보면서 점을 찍어 두었던 곳이다.
▲ 반얀트리 나무
매번 해외여행을 떠나기 전의 습관대로 나는 먼저 위키백과를 통해 사전 답사를 한다.
“하와이 주는 태평양의 하와이 제도에 위치하고 있다. 본래는 폴리네시아 민족의 땅으로 여왕이 다스리는 왕국이었으나 1959년 8월21일, 미국의 50번째 주로 편입이 되었다. 본토에서 370km 떨어져 있는 해외 최 남단주이다. 하와이 섬, 마우이 섬, 오하우 섬, 몰로카이 섬등의주요8개의 섬과 100개 이상의 작은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도(州都)는 호놀룰루이다.”
 그러고 보니 비행기에서 내린 공항이 바로 호놀룰루였다. 호놀룰루는 하와이어로 ‘보호 받는 곳’이란 뜻이라 했다. 어떻게 보면 불안정했던 그의 역사가 남긴 아픔인 것 같기도 했다. 이곳은 또한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 이승만이 사망한 곳이기도 하다.내가 투숙하게 된 호텔은 와이키키비치 부근에 자리 잡고 있는, 번화한 상가와 즐비한 음식점들, 아름다운 바다가 눈앞에 다가오는 곳으로 너무 좋은 위치였다. 나는 짐을 풀고 거리로 나갔다.세계에서 아시아인들이 가장 즐기는 유람지이며 세계 최고의 휴양지라는 말답게 별의별 복장을 한, 각양각색의 유람객들이 거리를 꽉 채우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유분방하게 자기들이 좋아하는 형형색색으로 온 거리를 채색 무지개마냥 장식하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여인들의 숨트이게 내어놓은 앞가슴과 엉덩이들, 그리고 여러 가지 야생화 같은 꽃 머리띠를 머리에 두르고 다니는 모습이었다. 나도 꽃 화환을 머리에 얹고 싶은 충동을 참고 있었다.
▲ 아이키키비치 비치
상가에 들어서면 ABC란 마트가 연이어 눈에 띄는데 모두 이 고장 50%를 차지하는 일본인들이 가게 주인이라고 하였다. 하와이 하루 기준으로 한국사람은 제일 많이 오는 날이 200명인데 비하여 일본인은 평균 6,000명이라니 모든 상권과 관광업에서 자연 한국인이나 다른 나라 사람보다는 일본인이 우세를 차지하기 마련이었다.와이키키 해변가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카일루아 비치도 다가왔다 세계 3대 비치로, 미국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비치 1위로 등록된 해변중의 하나다. 저절로 함성이 터져 나오게 하는, 말 그대로 에메랄드색 바다, 하늘과 바다는 모두 파란색이라고만 일괄 짓던 나는 이때 정말 파란 하늘색과 아름다운 바다색이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었다. 파도를 가르며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 햇볕은 뜨거운데 선들선들 얼굴을 식혀주는 바닷바람, 얼굴을 덮고 백사장에 누워 번들번들 근육을구슬리는 사람들, 그리고 파라다이스에 누워 책을 읽거나 소담을 즐기는 한가로운 모습 그대로 요양지가 따로 없어 보였다. 또 한참 걸으니 방파제로 바다 파도를 인공적으로 막아놓아 너무 깊지도 않고 파도도 없어 부모들을 따라 유람의 길에 오른 어린애들이 바다에서 애기 고래들처럼 펄떡이며 즐기고 있었다.비치를 둘러싼 공원가를 걷노라니 줄기인지 뿌리인지 모를 키 높은 무성한 나무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이 고장의 특산 나무였다. 알고 보니 반얀트리 나무라는 것이었다. 중국에서는 아마 룽쑤우(榕樹)라고 하는 나무인 것 같았다. 나는 처음 보는 나무인지라 한참을 서서 살펴보았다. 반얀트리는 수많은 가지가 땅으로 뻗쳐 뿌리를 내리고 영양분을 섭취하며 살아간다. 뿌리가 산발한 머리카락처럼 내려오고 땅에 닿은 뿌리로 다시 가지가 지주근(支柱根)이 되어 하늘로 뻗어 자라는 굉장한 생명나무였다. 우리 인간들이 살아감에 있었어도 이런 천방백계를 다하는 생명력이 있다면 무슨 일을 못하랴! 하와이 하면 미국이 일본에 핵폭탄을 던지게 한 도화선-진주만전쟁을 상기하게 될 것이다. 하와이에서 공용버스 이용은 그리 편리하지 못하다. 진주만까지 가는데 버스가 있다고 하여 버스를 정류소에서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야 탈 수 있었고 또 환승을 위해 또 그렇게 오래 기다렸다.일본 군대가 태평양 미군기지에 있는 진주만의 해군기지를 새벽 4시에 돌연 습격하여 1,000척의 배가 침몰되고 10여 만의 군인이 사망했다고 한다. 그 화근으로 45년도에 미국은 일본에 원자탄 2개를 떨어뜨려 30~40만 명을 살상했다. 인과응보란 단어가 자연히 떠오른다. 그러나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지금 미국과 일본은 떨어질 수 없는 우방이지 않은가!
▲ 와이키키 비치에서
전쟁기념관은 침몰되었던 배 안에 설치되어 있었다. 나는 사전 예약이 없어 들어가 보지 못했다. 당시 배와 운명을 같이한 1,200여명의 애리조나 해군장병을 기리는 곳이었다. 그런데 나는 유람객 속에 일본인들도 꽤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나는 먼 태평양을 바라보며 삼라만상이 잠든 그 고요한 새벽에 벌어진 그 끔찍한 참상을 상상해 보았다. 하와이오하우 섬에는 다이아몬드 헤드산이란 것이 있다. 이름을 들으면 멀리서 봐도 엄청 반짝거리는 산일 것이라 생각이 들것이다. 그러나 올려다보니 정반대로 반석, 돌덩어리들로 이루어진, 헤드높이 232m에 나무 몇 포기 안 되는 민둥산이었다. 알고 보니 하나의 사화산인데 산 정상에는 거대한 분화구가 있었다. 옛날에 일어난 화산폭발로 지금의 모습이 형성되었다. 다이아몬드헤드산이라 불리는 이유는 먼 바다에서 항해하다 돌아오면 산이 빛을 뿌리듯 반짝거렸기 때문이라고 했다. 총 왕복2시간이 걸리는 등반시간에 꼬불꼬불 흙, 돌, 자갈길을 걸어서 정상을 가기 위해서는 몇 번의 높은 계단을 올라야 되는데 나는 체력이 딸려 땀 벌창에 짜증에 휴~ 그런데 앞을 보니 댓살 난 여자애가 앞에서 열심히 걷고 있었다. 내가 정말 늙긴 늙었나 보다. 그래서 다시 힘을 돋구어 부지런히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상에 올라파란 하늘을 이고 맞받아 불어오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눈에 안겨오는 전체적인 와이키키를 보게 되는 순간 모든 피로가 사라졌다. 점심과 저녁은 항상 밖에서 현지의 음식을 찾아 먹었다. 그러나 아침식사는 호텔메뉴를 따랐다. 여러 가지 뷔페 메뉴가 나왔는데 스크램블에그 베이컨 포테이토 프렌치토스트 또는 와플시리얼 제철과일 요구르트, 다양한 종류의 빵과 주스 우유,거기다 아시아사람들이 많은 점을 감안하여 쌀밥, 일본식 멀건 된장국, 한국식 아주 짠 배추김치가 있었다. 이만하면 정말 훌륭한 식단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한창 식사를 하다 옆을 보니 30대 부부인 듯한 일본인 젊은이가 식탁에 앉아 쌀밥 한 공기를 가져다 놓고 주머니에서 작은 치약 같은걸 꺼내는 것이었다. 보아하니 비행기 탑승때 내어준 고추장 같았다. 그것을 꾹 짜서 밥에 얹더니 아무것도 곁들지 않고 그것만 쓱쓱 비벼 먹는 것이었다. 헐, 음식 문화와 식습관의 완고함을 다시 한번 심히 느꼈다. 여행에서 집밥을 동반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이러니저러니 해도 하와이여행의 최고 하이라이트는 폴리네시아 문화센터(Polynesia Cultural Center, PCC) 방문이다. 남태평양 소재 섬들을 모티브로 재현해 놓은 종합테마파크PCC는, 와이키키에서 한 시간 거리에 열대 야자수가 우거진 16만8,000㎡의 광대한 부지에 7개섬 원주민들의 전통 생활양식과 문화를 집대성해 놓았다. 그들의 전쟁춤, 불꽃춤. 전통혼례식, 태초에 불을 지폈던 일, 나무를 쪼아 만든 티키상, 등등을 그들은 황홀한 애니메이션을 동반해 대형연극 서사시로 연출해 보여줬다. 그리고 화려한 하와이훌라댄스 배우기, 하늘높이 솟아오른 야자수 맨발로 올라가기 등등의 쇼와 귀신동굴구경 볼트놀이 등 볼거리가 너무 많아 어느덧 해가지는지도 몰랐다. 문화센터에서 공급하는 점심식사도 거의 호텔식 뷔페에 가까운데다 원주민들의 전통음식까지 곁들여 먹거리가 참 풍성하였다.  아참, 좋았어요 “아로하” (안녕 이란 뜻, 원주민들의 인사말)!
근 일주일의 관광을 마치고 호놀루루 공항으로 돌아오는 길에 하와이 황궁 박물관―이올라니 궁전을 둘러보았다. 1882년, 하와이 왕국의 칼라카우아 왕이 건설하고 1893년, 하와이 왕국 최후의 군주(여왕) 릴리우 오칼라이가 페위되어 고궁이 되었다 한다. 지금은 미국영토에 있는 유일한 궁전이라고 했다. 유람객이 많지 않았다. 한적하고 풍경 좋은 정원엔 옛 궁전 시절부터 전통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교향악단이 많지 않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고전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다. 그날이 일요일이어서인지 궁전 안은 들어갈 수 없어 나는 반시간 정도 외경을 돌며 사진을 찍고 점심 식사할 자리를 찾기 위해 나와 버렸다.
한국 식당 하나를 간신히 찾아내어 오랜만에 순두부찌개를 시켜 먹었는데 화장실을 찾는 게 문제가 되었다. 꽤 멀리 떨어져 있는 월마트를 찾아 가란다. 생각해보니 이번 여행길에서 일본 음식점이든 현지 음식점이든 거의 다 식당 안에 화장실이 없다는 기억이 떠올랐다. 모두다 어느 대형 마트를 가리키며 안내를 해 주었다. 한국에서 음식점들 대개가 화장실을 겸하고 있던 생활에 습관된 나로서는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땅값이 금값이어서 조그마한 가게 하나 사서 설치하기도 힘드니 화장실 겸용은 아예 생각도 않는 걸까? 여행은 항상 불편함을 감안해야 되는 거다. 공항에서 나는 다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로 날아갈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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