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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재순 수기]이른아침, 대림동 어느 한 골목에서

기사승인 2017.09.25  20: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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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북아신문]밀렸던 일들을 완성하고 항상 밤늦어 잠자리에 들게 되는 토요일을 보낸 일요일 아침, 다급히 눈을 떠보니 20분전 7, 가을의 바깥은 아직 햇살이 얼굴을 비치지 않은 침침한 거리다.

나는 책 연금술사를 가방에 넣고 약속대로 우리 재한동포문인협회 젊은이들이 꾸리는 일요일 모닝 독서토론 클럽의 장소로 급급히 발길을 옮겼다. 어느 회사 사무실의 출근 전 아침시간의 공간을 빌려 쓰는 장소이다. 2층으로 올라가는데 뒤에서 누가 부르는 소리, 오르던 계단에서 뒤를 돌아보니 클럽의 미란, 재연이다.
 
차에 뒀던 사무실 키를 못 찾아 문을 못 열어요- 재연이가 미안한 듯 말하고 있었다. 그래? 어쩌지? 잠간 생각해 보니 막막……그럼 오늘은 못 하는 건가? 내가 머뭇거리다 방법이 없다고 두 손을 내밀자 지금 뒤에도 다정이랑도 한창 오고 있다고 알려주며 조급해 하였다. 다들 먼 길인데. 그래 이렇다고 오늘 공백을 만들 수야 없지. 우리는 어디 일찍 문을 연 카페라도 없나 찾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우리는 근처의 몇 집 카페를 돌아다니며 장소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주말 밤 늦도록 영업을 끝낸 가게들은 한결같이 모두 문을 닫아놓고 있었다. 한참 안타깝게 헤매다보니 어느 한 식당이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이 보였다. 우리는 반색을 하며 식당 안으로 들어가 일손을 준비하고 있는 주인에게 사정을 드렸다.
 
우리 여기 조용히 앉아서 책 좀보다 가면 안 될까요?-
주인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듯 한참 우리를 바라보았다. 절대 조용히 한시간정도만 차지하겠다고 다시 해석하였다.
못 봤어요? 여기는 오리구이 식당이예요!- 주인의 여지없는 대답이다.
좀 봐 주세요 아직은 손님도 없이 다 비어있는 자리잖아요. 하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필경은 장사를 하는 식당인데 역시 마땅한 대답이었고 이해해야 할 일이였다. , 죄송합니다- 우리는 고개를 숙이고 말없이 나왔다.
 
어떻게 하지? 이젠 정말 돌아가야겠다. 걷다나니 무심결에 다시 사무실 옆으로 왔다. 마침 다정이도 기다리고 있었다.
 
공원으로 갈까? 좀 떨어지긴 하지만?- 내가 말했다. 이때 재연이가 사무실 옆 가계하나를 가리켰다. 역시 문이 열려있는 식당이었다. 미란이가 재빨리 가게 안으로 들어가 밥상정리를 하고 있는 아저씨에게 조심스런 목소리로 간청을 해 본다.
 
알았어요, 그렇게 해요- 아저씨의 시원한 대답, 정말 뜻밖의 승낙이었다. 우리는 연신 감사의 뜻을 표시하며 깨끗이 정리되어 있는 한적한 밥상에 둘러앉았다. 미란이가 마트로 가더니 따뜻한 커피며 과자 간식을 사 들고 와 아저씨에게도 인사차로 드렸다.
 
우리는 전번주의 연속으로 인기 작품으로 돌풍을 이루었던 파올르 코엘로의 연금술사를 펼쳐놓고 주인공이 어떻게 인생의 연금술을 배워 나가는지를 돌아가며 읽으며 음미하였다. 한참 진행 중인데 갑자기 주인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저 미안한데 이젠 이 상을 옮겨야 겠는데요- 책속에 묻혀 있다 보니 시간이 꾀 지난 것도 몰랐다. 우리는 연신 네 알았어요, 를 말하며 황망히 책을 거두었다. 그리고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끝나지 않은 부분을 걱정하며 망설이게 되었다. 그런데 문밖을 나오며 보니 골목길 바로 문 앞에 비어있는 상 하나가 보였다.
 
아저씨, 우리 저 문 앞 빈상에 앉아 마무리 좀 마저 하고 가도 되지요?-
우리의 이 지꿎은 열정에 아저씨도 어이없어 허허 웃으며 식당안의 의자도 내다 쓰라고 격려해주시며 사진까지 찍어 주셨다.
 
자리를 하며 보니 이 골목은 영등포경찰서 대림동 범죄 방범 ×× ”이란 현수막이 기폭처럼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갑자기 영화 청년경찰이 떠오르며 마음이 침울하기 그지없었다. 그 영화 하나로 갑자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중국동포들의 집거지역인 대림동 골목이다. 바로 이 골목에서 우리의 문인협회 젊은이들은 술 먹고 떠들고 싸우며 난동을 피우는 일이 아닌 주말모닝 독서 토론클럽을 유지해 나가기 위해 온 아침 동분서주하였다 대림동의 젊은이들은 이 낯선 터전에서 차분히 소리 없이 자신들의 부족했던 무지와 서툼을 메우며 삶의 기술로 머리를 채우려 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전혀 볼 수 없었던 아이러니한 풍경이다. 이 숨어있는 풍경은 점차 대림동에서 낯선 풍경으로 보이지 않을 날이 소리 없이 다가오고 있음을 나는 느꼈다.
 
독서를 끝마치고 우리는 열기 띤 토론을 가졌다.
연금술사는 꿈의 실현으로 이끄는 영혼의 메신저 같은 소설이라고 평하였다.
위대한 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게 아니다. 그것은 하루하루 자아의 신화를 살아내는 세상 모든 사람 앞에 조용히 열려 있다.”
 
세상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고 인생은 매 순간 그 경이로움을 만나는 모험 여행이다.”
우리의 재한동포문인협회 젊은이들은 지금 조용히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것을 할애하며 소리 없이 이 대림동 골목에서 삶의 터전을 익혀가고 있다.
 
, 변하고 있는 우리의 사랑하는 대림동이여!
 
2017 ,09 , 25
서울 대림동에서
 

[편집]본지 기자 pys048@hanmail.net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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